나는 과일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과일 샐러드를 만드는 것도 좋아한다.
주말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샐러드 만들기이다. 일단 냉장고 문을 연다. 그리고 과일과 채소의 상태를 스캔한다. 샐러드에 넣어도 좋은 놈, 된장찌개에 넣어야 할 놈, 야채 볶음에 들어가야 할 놈들로 구분을 한다. 샐러드 선수들만 집합시켜 놓고 정성스레 샤워를 시킨다. 껍질을 까고 벅벅 씻겨야 하지만, 오가닉은 예외다. 비싼 만큼 껍질까지도 같이 먹어준다. 샤워 후 순서를 맞춰 가지런히 줄을 세운다. 한 놈, 한 놈씩 절단한다. Chop, Chop, Chop... 이소리가 좋다.
기본 베이스는 양상추이다. 가끔 양배추를 넣기도 하지만 양상추만 한 게 없다. 그리고 파프리카를 투입한다. 당일 과일의 전체 색깔을 고려하여, 노란색 또는 붉은색 파프리카를 사용한다. 그리고 오이와 토마토를 넣는다. 채소 끝.
이제 과일이다. 일단. 사과는 가급적 넣고, 토마토 몇 조각을 넣는다. 그리고 포도나 블루베리 등 알갱이를 좀 넣고, 오늘의 킬러 과일을 넣는다. 가장 맛있다고 생각되는 킬러 과일, 뭐 복숭아, 키위, 감, 귤... 그리고 가끔 모차렐라 치즈를 넣는다. 입안이 싱그럽다. 과일향이 솔솔 난다. 사각사각 톡톡 터진다.
과일 샐러드를 만들고, 아이들이 오물조물 먹을 때 큰 행복을 느낀다!
가장 큰 행복은 '와~ 이 정도 샐러드를 한국에서 만들어 먹으려면 최소 삼만 원은 들 것 같은데...'라며 말이다...
< UAE 과일들 >
체리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마는, 최근에 나는 체리에 정말 꽂혔다. 거무푸릇한 영롱한 색깔에 매끈매끈 탱글탱글한 식감이 좋다. 약간 쌉싸름하면서도 달달한... 한 입 거리로 딱이다. 체리는 비싸서 사실 한국에서는 거의 못 먹어봤다. 요즘 여기는 체리가 제철인 듯싶다. 어제 마트에서 한팩을 삼천 원주고 샀다. 캬~ 맛이 없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아마 한국에서는 이만 원 정도는 줘야 되지 않을까?
한국처럼 당도가 보장되지는 않았지만 한 여름철 수박은 달짝 찌 근하면서도 시원하다. 갈증에 끝내준다. 요즘 수박을 사서 들고 올 때 놀라고 또 놀란다. 이 크고 무거운 게 단돈 육천 원? 와~ 수박을 자를 때 , 흰 부위 위에 달린 수박까지 좀 과감히 잘라낼 수 있는 자신감!! 너무 시원하고 맛있다. 단 겨울에는 사면 안된다. 허여 멀 건한 무맛이다.
메론은 말해 무엇하랴. 역시 당도의 일관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잘만 고르면, 한 오천 원에도 맛있는 메론 한통을 들여올 수 있다. 메론을 먹어 버릇해서 수박을 더 이상 못 사겠다는 친구가 있다. 동의한다. 수박에 비해 훨씬 달고 사각사각하다. 하지만 갈증을 해결해주기는 역부족이다. 어떤 날은 깔끔하니 메론을 먹고 싶고, 어떤 날은 좀 질질해도 시원한 수박을 먹고 싶은 날이 있다.
얼마 전까지는 귤을 달고 살았다. 클레멘타인이 최고라면 최고라고 할 수 있고, 좀 저렴한 이집트산 만다린도 먹을만하다. 껍질이 두껍고 크기가 크면, 깠을 때 약간 상한듯한 쉰내가 나서 판이다. 좀 작고 너무 탱탱하면 껍질 까는데 힘들 뿐만 아니라 너무 신 것들이 많다. 최악의 귤은 씨가 엄청 많고 크다. 귤 한 조각에 씨만 열개씩 뱉어본 적도 있다. 그래, 귤은 고르기가 좀 까탈스럽다. 고르느라 머리 아프면... 그냥 좀 비싼 클리멘타인을 사면 된다.
사과만큼 많은 도전을 해본 과일이 있을까? 그만큼 종류가 많다. pink 사과, 골든 사과, 오렌지 사과, 캘리포니아 사과, 델몬트 사과, 아오리 사과, 작디작은 사과... 어느 마트에 가도 최소 10종 이상의 사과가 진열되어 있다. 나는 모든 사과를 돌아가면서 산다. 그때그때 빠지는 맛이 있다. 두어 달을 pink 사과만 먹다가 어느 순간 맛이 없다고 느껴지면 뒤도 안 돌아보고 중국산 부사를 산다. 이렇게 돌리고 돌리고 몇 년을 맛있게 먹었는데 요새는 사과사랑이 시들시들하다.
방울토마토는 역시 Buy 1 get 1 free 가 제맛이다. 한통에 삼천 원정도 하는데 두 개가 붙어있을 때는 무조건 산다. 원래 방울토마토가 좀 비싸다. 일반 큰 토마토보다 말이다. 방울토마토는 시각적으로 엄청 고급짐을 만들어낸다. 샐러드를 하거나 얘들 도시락에 몇 알 정도 넣어주면... '아~ 신경 좀 썼구나' 정도
블루베리 역시 샐러드에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이다. 좀 싸면 작은 한통에 천오백 원... 뭐 특별히 맛은 없지만 역시 요리의 시각적 효과를 위해선 필수! 먹으면 먹을수록 눈이 좋아지는 느낌적인 느낌~
그냥 토마토는 생각만 해도 싱그럽고 군침이 돈다. 방울토마토가 먹기에 편한 장점이 있다면 그냥 토마토는 영 불편하다. 통째로 입에 넣으면 침과 국물이 줄줄 흐르게 되어.. 한 손으로 받치고 먹어도 받친 손에 떨어진 과즙이 잘못하면 팔을 타고 들어 옷소매 안으로 들어가기 일쑤다. 그래도 샐러드를 만들 때 큰 토마토를 몇 번 잘라서 몇 조각을 넣으면 조각 토마토에서 풍기는 싱싱함과 신선함을 그대로 먹는 느낌이다.
포도는 뭐 ~~ 별로... 매번 사지만 그냥 사는 과일임
난 망고를 싫어한다. 아마 거의 유일하게 잘 안 사게 되는 과일인 듯싶다. 자르기도 좀 귀찮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달다 해도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불편한 맛!!
단감, 오~ 올 겨울을 행복하게 날 수 있었던 소중한 과일. 의외로 여기서 감이 비싸기도 하고 잘 구할 수도 없다. 겨울에서 봄철 한두 달만 맛있는 감을 맛볼 수 있는데... 문제는 복불복이다. 맛있게 생겼어도 순간 잘못 사면 떫어서 먹지도 못한다. 올해 1월인가 떫은 감을 익혀서 먹는다고 상온에 한 달을 놔뒀는데 결국 익지는 않고 곰팡이가 펴서 버렸다. 어쨌든 감은 배가 살짝 고플 때 먹으면 더욱 맛있다.
여기 배... 음~ 아마도 가장 한국과 비교되는 저품질의 과일이다. 한국산 배와는 비교하려야 할 수도 없다. 작고 못생겼고, 별로 달지도, 아삭하지도 않은....
천도 복숭아는 뭐 그럭저럭 괜찮다. 그런데 일 년 내내 싸게 파는 계절이 없는 것 같다. 괜찮아서 가끔은 사지만 뭐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지는 정도, 누군가 납작 복숭아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던데... 난 그냥 별로다
자두는 너무너무 탱글탱글해서 터질 것 같다. 그리고 시다. 물론 말랑한 것도 가끔은 있으나,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그런 맛이 아니다. 가끔 신게 먹고 싶을 때 한두 개 사는 정도
딸기 역시 한국산에 한참을 못 미친다. 일단 씨가 엄청 맛고 크며, 딱딱하다. 우리가 아는 딸기는 말랑말랑하고 보드랍고, 딸기를 입에 대는 순간 맡을 수 있는 딸기향을 여기서는 맡을 수 없다. 잘 안 산다.
참 오이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우리 집만큼 오이 소비량이 많은 집이 있을까, 애들이 어렸을 때부터 오이만 주면 그렇게 잘 먹었다. 생으로 그대로 먹어도 좋고, 오이무침, 오이김치... 뭐 안 먹는 게 없다. 여기 오이는 한국 오이보다 작다. 작다 보니 여러 개를 갂아야 된다. 거의 한 끼에 한팩은 뚝딱이다. 한국에 오이값이 얼마나 올랐을까? 그전에는 세 개에 1,900원 했는데.. 다른 건 안 먹여도 애들 오이는 먹여야 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