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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Letters 7월 | 쉼

by Karam Notes

7월은 지난 10개월간 이어진 프로젝트들을 마무리 짓는 달이었다. 회계 정산부터 칼럼 작성, 보도자료 배포까지 — 한 프로젝트의 완결점을 찍고 나니, 몸과 마음도 함께 정리가 된 느낌이었다.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한 쉼이 필요했다.

사실 모두가 바쁜 시기라 혼자 오프를 내는 게 조금은 미안했지만, 예전에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해줬다.

"내가 번아웃이 오기 전에, 나의 상태를 먼저 알아채고 스위치를 끄는 것이야말로 프로페셔널한거다."


그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고, 결국 팀원들에게 내 상태를 솔직하게 알리고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정말 스위치 오프. 5일 동안의 완전한 쉼을 갖게 되었다.

10개월 육성한 기업의 좋은 결실, 그리고 쉼을 택하기


쉼이 내게 알려준 것들


1. 쉼은 사치가 아니라 연료
휴식은 나를 멈추게 하는 게 아니라, 더 멀리 달릴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일과 삶의 리듬 속에서 나를 회복시키는 중요한 순간.


2. 계획이 틀어졌기에 가능했던 '사고'의 시간
원래는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떠났지만, 날씨 탓에 취소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멈춤"의 시간이 생겼다. 덕분에 생각을 정리하고 회고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신기하게도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듯 터져 나왔다.


3. 10년 전의 나에게 보내는 인사 (엽서)

이번 여행지는 대만. 딱 10년 전, 어학연수로 한 학기 동안 지냈던 곳이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도 못 했을 거다. 그래서인지, 오늘의 내가 더욱 감사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10년 뒤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기도 했다. 감사함을 다시 한번 깊이 느낄 수 있었던 시간.


4. 좋은 동료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우연히 출장차 대만에 와 있던 동료가 휴가를 내고 있어 함께 식사를 하고 여행도 했다. 원래의 나였다면 “연차까지 쓰고 굳이 같이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약간 일과 삶의 구분이 조금 불명확해 진거 같다. 오히려 그 시간을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함께 일할 땐 믿음직한 동료이지만, 일하지 않을 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이들을 통해 직접 배웠고, 함께 해줘서 고마웠다 :)


나에게 "함께하고 일하고 싶은 동료"란, 일할때 함께 "잘" 일하고, 쉴 때 제대로 쉴 수 있는 "좋은 파트너이자 친구"인거 같다 :)
10년만에 다시 온 타이페이 대학교 그리고 학교 내 테니스 코트, 학교 앞 탕위엔 집. 모든게 다 그대로였다 :)



다시, 앞으로


이제 9월까지는 AVPN의 꽃, 연례 컨퍼런스를 준비하느라 숨 돌릴 틈 없이 달려야 한다. 그 와중에도 대학원 입학과 수강 신청, 학교 근처로의 이사, 임팩트 부동산을 지금 일하고 있는 2개의 회사의 프로젝트 및 개인 KPI와 맵핑까지… 해야 할 일은 줄줄이 남아 있다.

하지만 요즘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내가 찍어왔던 점들이 조금씩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신기하다. 가끔은 너무 고민하지 않고, 너무 악착같이 뭘 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물 흘러가듯 보내줘도 되는거 같다. 어차피 배의 방향은 잡혔고, 배는 흘러가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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