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 번째 AVPN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첫 번째, 두 번째와 비교했을 때 이번 세 번째는 조금 달랐다.
새롭게 도전한 것
요즘 대학원에서 탐구하고 있는 부동산과 소셜임팩트의 융합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 수 있을지 본격적으로 첫걸음을 뗐다. 직속 리포트 라인인 동북아 마켓 리더의 무한한 지지와 멋진 리더십 덕분이다. 팀 안에서의 KPI와 개인 커리어 방향을 함께 고민해주시면서, 내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고 싶은 사회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 주셨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다. 나는 이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홍콩 AVPN 애뉴얼 컨퍼런스에서는 임팩트 부동산 업계 기관들을 초청해 사이드 이벤트를 직접 기획했다. 각 국가 AVPN 담당자들과 협업해 초청장을 만들고, 업계 리더들과 교류할 자리를 마련했다. 약 20명이 사전 등록했지만 태풍으로 인해 실제로는 10명 정도만 참석했다. 하지만 덕분에 오히려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핵심 플레이어들과 연결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온라인을 통해 각 나라에서 부동산과 임팩트가 융합된 모델이 어떻게 자본과 임팩트를 확장하는지 교류할 예정이다. 더 발전시켜 내년 뉴델리에서 열릴 2026년 AVPN 컨퍼런스에서는 1,500명의 임팩트 리더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세션을 기획해보고 싶다.
또한 컨퍼런스 종료 후 동북아 리더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AVPN 내에 부동산 얼라이언스를 만들어 매월 온라인 모임을 운영해보자는 제안도 받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슬슬 시작해보고자 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확실히, 이미 있는 것을 키우는 것보다 0에서 1을 만드는 과정을 좋아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 또한 팀원들이 잘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방법, 개인의 커리어와 기관의 방향을 연결해 동기부여를 주는 방법을 간접적으로 배웠다. 언젠가 나도 그런 리더가 되고 싶다.
Thanks to Mark and Luke!
새롭게 배운 것
이번에는 특정 키워드(#소셜임팩트 #부동산 #글로벌사업 #신규사업 #파트너십)를 정해두고 갔다. 덕분에 AVPN이라는 거대한 부족 안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더 뚜렷하게 연결될 수 있었다.
AVPN에서 활동하는 마켓 리더들은 각 국가에서 오랜 시간 네트워크를 쌓아온 에코시스템 빌더들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질수록, 이미 존재하는 리소스와 지원이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내 가설과 문제의식을 공유했고, 그들은 아낌없이 지지와 아이디어, 연결을 나눠주었다.
또, 첫 해에는 정신없이 지나갔고 작년에는 주어진 임무에 매몰됐다면, 올해는 의식적으로 교류와 관계 맺기에 더 집중했다. 결국 임팩트 생태계는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부족이고,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큰 힘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내년에 이어가고 싶은 것 & 더 잘하고 싶은 것
올해는 AVPN 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내년에는 퀄리티 높은 임팩트 부동산(#실버케어 #소셜하우징 #부동산리츠 등) 관련 기관들을 모아 더 탄탄한 세션과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싶다. 건국대 부동산 네트워크까지 연결해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어보는 게 목표다.
특히 일본의 리브이퀄리티 대표님과의 만남은 큰 영감을 주었다. 또 한국의 대표 소셜 디벨로퍼 더함 부대표님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도 영광이었다.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임팩트가 벌써 기대된다.
출장 뒷이야기
행사가 끝난 금요일 아침, 긴장이 풀려서인지 회의 도중 갑자기 토하고 열이 나며 기침과 눈물까지… 정말 힘든 출장 일정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COVID 때보다 더 혹독한 병치레를 했다. 하지만 다시 돌이켜보면, 마음과 정신은 충만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1500명의 임팩트 리더들과 함께했지만 에너지를 빼앗기기는커녕, 오히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긍정적 에너지를 한껏 받았다. 다시 한 번 이런 기회를 주신 AVPN 동북아 리더 Mark와 Luke, 늘 포용적이고 든든한 지지를 주시는 Naina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MYSC에 들어와 AVPN을 담당하게 된 것이 내 커리어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믿는다.
앞으로 MYSC와 AVPN에서 얼마나 더 함께할지는 모르지만, 마지막 날까지 임팩트를 만들어가고 싶다. 그리고 소셜임팩트 업계에 있는 한, 서로를 응원하고 협업할 수 있는 오랜 친구 같은 기관으로 남고 싶다.
8월의 임팩트
작년 인바운드 사업을 MYSC 내에서 사업화할 수 있는 BM 가설을 검증 중이며, 좋은 파트너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가설 검증을 잘 해두면 내년에 스케일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 생각한다.
로컬 사업은 사실 나에게 큰 동력이 없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치되는 경우는 두 가지다. 1) 회사가 나의 가치를 모르고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 2) 내가 만드는 가치가 부족해 땜빵으로 배치되는 경우
이번에 국내 대학교 관련 제안서를 맡게 되었지만, 내가 빛을 발하지도 못했고 납득도 되지 않아 동태눈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깨달은 것은, 회사가 나의 역량과 가치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KPI를 주지 못하면 서로 윈윈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은 세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회사 안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내가 목소리를 내서 이기적으로 내가 잘할 수 있고, value를 만들수 있는 일을 이기적으로 선택적으로 해서 같이 윈윈하거나
나와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창업을 하거나
내 역량에 맞는 KPI가 주어지는 집단에서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는 것
지금은 1번 길을 선택했지만, 동시에 하늘의 계시인건지, 2번과 3번의 옵션과 기회가 늘어나고 있고, 오퍼도 들어오고 있으니 나도 인간인지라 때로는 초심을 잃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잘하는 일에 옳은 에너지를 투자해 최대의 임팩트를 만드는게 우리의 궁극적 목적인데, 자꾸 에너지가 분산되는 느낌은 무엇일까? 내가 맞지않은 신발을 신고있는걸까?
대학원
이 나이에 오티 때 춤을 춰야 한다니? 연습 첫날은 정말 ‘뭐가 뭔지 몰라서’ 갔는데, Day2부터는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게 되니까 연습실에 가는 게 더 힘들었다. 지각도 하고, 투덜대며 갔는데 동기인 40~60대 언니 오빠들이—90년대생은 나 혼자다—다들 자기 분야에서 화려한 업력을 갖고 계신 분들이었다. 변호사, 검사, 감정평가사, 세무사, VC 등 대부분 타이틀 앞에 ‘C’를 달고 계신 높은 분들인데, 그런 분들이 나보다 먼저 와서 춤 연습을 하고 있는 걸 보면서 생각했다.
“나이도 제일 어린 내가 민폐를 끼치면 안 되지…”
그 마음으로 다시 태도를 고쳐먹고 그다음부터는 정말 열심히 나갔다. 치열한 연습 끝에 결국 거의 꼴지를 했지만 ^^; 그럼에도 가족 같은 전우애가 생겼고,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벌써 많은 친구들이 생겼다.
수업에서 놀란 점
수업을 시작하고 놀란 건 생각보다 소셜임팩트가 종종 언급된다는 점이었다. 또 창업을 꽤 장려하는 분위기라는 것도 흥미로웠다. 과목 3개 중 2개의 중간/기말 과제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IR 덱처럼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빨리 부동산과 소셜임팩트를 융합한 모델들을 계속 짜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요즘은 늘 고민한다.
과연 어떤 모델이 진입장벽은 높지 않으면서도, 수익구조가 건강하고, 동시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지속가능한 임팩트를 만들 수 있을까?
아무래도 탑다운으로 사고하게 된다. 내가 갖고 있는 가설은 #소셜임팩트 #부동산 #실버케어 #글로벌사업을 키워드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버케어 관련 부동산 BM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딱 떠오르지 않는다. 국내외 사례들을 더 많이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실버케어?
학술 동아리를 통해 여러 세미나가 진행되는데, 생각보다 퀄리티가 높아 많이 배우고 있다. 특히 ‘코시’라는 실버케어 동아리가 있는데, 내가 가진 가치관과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고령화, 고독사 문제와 직결되고, 내가 관심 있는 웰다잉·웰빙·건강과도 이어진다. 우리 할아버지의 노후만 생각해도 이 분야는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그래서 이 분야를 더 깊게 파보고 싶다.
1학기는 이것저것 다 경험하겠지만, 2학기부터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내가 에너지를 어디에 몰아야 할지, 어떻게 해야 건국대에서 학업과 인맥을 선택적으로 잘 쌓을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또 지금 내가 있는 회사와 연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도 고민해야 한다. 다 따로 놀면 힘들어지니, 계속 connecting dots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말한 LiveQuality 일본 대표님의 스토리는 정말 큰 영감을 주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건설사를 물려받으셨는데, 원래는 PwC에서 회계 쪽 일을 하셨고 소셜 이노베이터로도 활동하셨다고 한다. 그러다 회사를 이어받고는 “내가 가진 능력인 회계, 소셜임팩트, 그리고 건설업을 어떻게 융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connecting dots을 했고, 그것이 지금의 LiveQuality가 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단순한 CSR 프로젝트였다고도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느꼈다. 나도 지금 내가 하는 일이 허황된 게 아니구나. 내 능력인 #글로벌사업개발 #소셜임팩트 #부동산을 융합하려는 노력은 잘하고 있는 거다.
상하이에서 얻은 생각들
잠시 쉬어가기. 이번 주는 수~일요일까지 AVPN 컨퍼런스로 정신없이 달려온 나에게, 그리고 학교 수업으로 고생한 나에게 선물로 상하이에 왔다. 3년 만이다.
완전히 쉬러 온 건 아니고, Better Partners라는 중국 컨설팅 펌 동료들과 비즈니스 이야기도 하고 팀빌딩도 할 겸 왔다. 오랜만에 SDGs Shanghai 커뮤니티 친구들과도 캐치업했고, 상하이에서 같이 살던 데이지도 만났다. 상하이와 항저우도 다시 다녀왔다. 다시 만난 중국은 그대로였다. 바뀐 게 거의 없었다.
바뀐 게 있다면 나, 그리고 우리였다.
이제 내가 중국을 보면서 생각하는 건 “상하이에서 집을 산다면 얼마일까? 어떤 아파트가 살기 좋을까?”였다. 새로운 리테일 샵들을 보면서 트렌드를 읽기도 했다. 과거의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땐 어떻게 하면 승진하지?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지? 더 인정받을 수 있지? 이런 것만 고민했다. 주말에는 어떻게 보낼까만 생각했다. 지금은 다르다. 어떻게 부동산과 소셜임팩트를 융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어떻게 실버케어와 임팩트를 융합하여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비엠을 만들수 있을가 고민한다. 과정이 마음이 급하지도 않고, 그냥 이 길을 탔으니 어떤 길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될 뿐이다. 돌아온 중국은 예전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었지만, 예전만큼 매력적이지 않았다. 돌아오고 싶지도 않았다. 한국에서 일하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다음 스텝을 차분히 고민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