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리더십에서 개인 커리어 방향에 있어 배려를 해주신 덕분에 이번에 도쿄에 임팩트 공간 리서치 겸 스터디 트립을 다녀왔다. 사실 도쿄에 가기 전에는 AVPN 애뉴얼콘퍼런스라는 큰 행사가 있었고, 좋은 기회를 주신 것이라는 건 알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동시에 준비를 해야 하는 큰 부담이 되기도 했다. 또한 콘퍼런스 2주 전, 갑작스럽게 지난 거진 10년간 해외 사업만 하던 내게 정말 급했는지 국내 사업의 지역 대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제안서 작업을 도와달라고 하여 진행하던 모든 프로젝트는 잠시 홀딩하고 1주일을 꼬박 그 일에 매달려야 했다. 이미 150%로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막막하고, 사실 국내 로컬 사업은 내역량도 부족하고, 내가 왜 해야 하는지 동의도 되지 않는 일을 일단 급하니 해야 했고, 아무리 임팩트 부동산 관련 하고 싶은 좋은 기회가 주어져도 그냥 다 버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9월은 감사하면서도 버거운, 여러 감정이 뒤섞인 한 달이었다.
AVPN 애뉴얼 콘퍼런스는 재작년 3명의 실무가 준비하던 프로젝트가, 퇴사로 작년에 2명이서 엄청난 팀워크로 겨우 해냈고, 다시 동료의 퇴사로 올해는 결국 혼자 실무 총괄을 맡아 혼자 쩔쩔 메면서 끌고 왔다. 그런 상황에서 국내 대학교 관련 사업을 “국내 사업팀이 너무 바빠서 지금 oo 리더가 엄청 바쁜 상황이고, 그래서 그녀를 도와줘야 한다(?)”는 이유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국내 사업 제안서에 투입되었을 때, 정말 눈물이 핑 돌고 숨이 탁 막혔다. 하지만 불이 난 상황에서 5일 안에 끝내야 했기 때문에, ‘이걸 왜 내가 해야 하는가’를 두고 리소스 분배 문제를 회사와 논의하기보다는 일단 입 다물고 당장 불 끄는 데 집중했다. 대신 ‘이 불이 꺼지면 반드시 회사와 이야기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긴 편지를 메모장에 작성해 두었다.
회사와 이야기할 새도 없이 홍콩 콘퍼런스 마치고 바로 그다음 주 있을 도쿄 출장 외부 파트너 미팅 어렌지 준비까지 혼자 해야 하는 상황이니 이 좋은 기회를 제대로 준비하고 도쿄 공간에 대해 사전에 학습할 시간이 없었던 게 너무 아쉽다..!
동시에 9월부터는 대학원 입학을 하면서 학교 수업까지 시작되어 평일 저녁마다 강의 및 세미나에 참석해야 했으니, 솔직히 내가 누군가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당장 내가 죽을 것 같으니 말이다. 마치 비행기가 추락하는데 승무원이 안내로 먼저 옆에 사람 산소미스크 먼저 채우는 것을 도와주라고 안내받는 심정이랄까.
지금 돌이켜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이를 악물고 다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콘퍼런스를 마치고 토를 두 번 하고, 한국 도착 직후 열과 식은땀에 쓰러져 병원까지 다녀와야 했다. 이후 계획했던 중국 황산 트레킹 팀빌딩 일정은 나의 건강 이슈로 다 취소하고 상하이에서 Better Partners, AVPN 동료들과 랩업 미팅 및 함께 사업 기회 모색 및 인생 캐치업을 하며 휴식을 가진 뒤 다시 월요일에 복귀해 2일간 출장 준비를 마무리하고, 수~금요일 2박 3일간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남들은 해외 출장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출장이은 여행이 아니다. 루틴이 무너지고, 늦게까지 야근하고, 운동은커녕 국내의 업무는 쌓이기만 한다. 출장 다녀오면 몸살로 쓰러지기 일쑤다. 그런데도 ‘부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그럼 기회를 당신께 드릴 테니 당신이 내 몫 대신 하고 다녀오시라” 하고 싶다.. 나는 해외 출장이 없어도 좋다 대신 내가 의미를 느끼는 소셜임팩트에 뜻을 두고 있는 진정성 있는 동료들과 즐겁게, 때론 챌린지를 느끼며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에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에너지를 쓰고 싶다.
확실히 이번 달을 통해 느낀 건, 내가 갖고 있는 사회 문제를 딥다이브 하기엔 현재 나의 에너지가 분산되고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출장 중 회사 선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왜 MYSC에 왔는지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여전히 중심을 잡고 이 업계에 선한 리더십을 몸소 보여주시는 리더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지금의 상황이 어쩌면 나의 의사소통 부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동료들이 고생하겠지’라는 이유로 억지로 희생하는 게 아니라, 계속 소통하며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회사의 방향성과 어떻게 맞춰갈지를 나누는 게 결국 더 건강한 방식이라는 조언을 받았다. 너무 맞는 말이다. 쌓이고 쌓이다가 혼자 지쳐서 그만두는 것보다,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회사와 함께 바뀌어가는 것이 서로에게 훨씬 도움이 된다.
돌아보면 9월은 마음이 붕 떠 있었고, 그 와중에 이 악물고 주어진 역할을 해내야 했던 혹독한 한 달이었다. 동태눈이 되기도 하고, 다시 눈이 반짝반짝 살아나는 순간들도 많았다. 특히 이전달 함께한 AVPN 글로벌 부족과 동료들, Better Partners 동료이자 친구들, 도쿄 출장을 함께한 mysc 동료들 모두에게 깊은 감사함이 남았다.
이제는 바쁘기만 한 일보다는, 조금 더 명확한 임팩트와 구체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몰입하고 싶다. 제한된 인생에서 단순히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애만 쌓는 게 아니라, 내가 뜻을 둔 사회 문제 해결에 하루하루를 바치고 싶다. 내가 정의한 사회 문제에 함께 뜻을 두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료들과 즐겁게 함께하면서도, 내 역량과 경험을 fully 활용하여 임팩트 창출하는 일을 신나게 하고 싶다.
요즘 건국대에 부동산 학교 수업도 창업 비즈니스 모델 과제가 많고, 동아리 활동에서도 발표와 리서치 과제들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샤워를 하거나 비행기 안에 있을 때도, 새벽에 깼을 때도 계속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어떤 임팩트 사업을 부동산이라는 도구를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나 자신이 좋다. 급하지 않게, 그러나 꾸준히 고민하고, 경험하고, 이야기하고, 들어보고 싶다.
9월보다는 더 나은 10월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