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카세의 마지막 요리
저는 생각이 복잡해지면 글을 쓰려합니다. 글을 쓰다 보면 살짝 멍해지면서 무언가 홀린 듯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립니다(물론 나중에 글의 절반이 사라집니다). 본래의 목적인 생각 정리는 되지 않지만, 글을 다 쓰면 무언가를 했다는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글을 편하게 쓸 수 있는 이유는 제 글이 대단히 뛰어나지도, 이 글로 입에 풀칠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저 작가입니다'라고는 당연히 말하지 않고 소소한 취미 정도로 다룹니다. 그저 2층의 음식점을 가기 위해 계단을 타고, 오늘도 운동을 했다고 여기는 마음처럼 가볍게 글을 씁니다.
헌데 요즘 글 쓰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얀 배경화면에 커서가 깜빡이는 것을 보고만 있습니다.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그게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좀 더 명확히 말하자면 제가 왜 그 이야기가 하고 싶었는지, 어떤 결말을 내고 싶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때로는 납득도 되지 않습니다. 좋은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얼른 메모장에 적어놓는데, 나중에 보면 이게 뭔 소리야?라고 읊조립니다.
또, 어떻게든 마무리된 글을 제가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제 글에 평가하지 않았으나, 취준의 생활이 길어지자 이 글에도 평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가 평가한다고 생각하니 자유롭게 써지지 않았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것과 같이 글을 씀과 동시에 평가를 했습니다.
그래도 글마카세의 연재는 참 재밌었습니다. 처음으로 메모장이 아닌 공개적이 곳에 글을 쓰는 경험은 색달랐고, 소소히 오르는 라이킷은 일상의 작은 미소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창작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어 작가님들의 단어와 문장에 얼마나 감탄했는지... 제 글이 갑자기 부끄러운 순간도 있었습니다.
글마카세는 오늘로써 마지막 연재가 되겠지만, 글은 계속 쓸 예정입니다. 자주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서툴고 어렵더라도 계속 써 볼 생각입니다. 아직 어떠한 주제와 배경을 기준 삼아 작성할지 정하지 않았는데, 글마카세와 같은 종합 카테고리보다는 감정이면 감정, 창작이면 창작처럼 분리될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 지나가다 들리신 분들 모두에게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첫 도전을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들 건강하시길 바라며 좋은 아침 or 점심 or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