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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드 Sep 17. 2024

좋은 어른

판단하지 않고 이해하려는 노력

며칠 전 친한 동생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


좋은 어른이 뭐야?라고 물으니 동생은 이렇게 답했다.


"학교 선배가 후배에 대해 일방적인 얘기만 듣고 그 사람을 판단하더라. 사실 그 사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는데, 그건 들어보지도 않고 그냥 결론을 내리는 게 좀 그렇더라고. 나는 남을 그렇게 함부로 평가하고 싶지 않아. 순간의 모습만 보고 사람을 제단 하는 건 너무 섣부른 것 같아."


SNS가 활발해진 요즘은 엄지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일면식조차 없는 알렉스의 근황도 알 수 있다. TV만 켜면 연예인들이 어떤 집에서 사는지, 무슨 음식을 먹는지까지 알려져 화제가 된다. 이렇게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다 보니, 사람에 대한 평가도 넘쳐난다. 보이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고, 누군가 수정해주지 않으면 그대로 믿어버리곤 한다.


때론 사람뿐만 아니라 관계까지 판단의 대상으로 삼는다. 방구석 솔로몬과 코난은 타인의 복잡한 사정을 궁금해하기보다는,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누가 잘못했는지 저울질하고, 누가 죄인이고 어떤 벌을 받아야 하는지 결론을 내린다. (사실, 별로 관심이 없는 게 아닐까? 깊게 이해하고 싶진 않고, 그저 맥주 앞에 프레즐처럼 심심함을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했던 거지)


물론, 나도 크게 다르진 않다. 나 역시 타인의 고충과 노력보다는 그들이 이룬 결과에 나를 비교하고, 괜히 우울해지곤 한다. 취업이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어 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주변 친구들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처럼 멀게만 느껴지고, 그래서 SNS가 정지된 이후에도 그다지 살리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


이 글을 쓰다 보니, 동생의 말이 조금씩 이해가 된다. 사건보다는 상황과 이유를 들으려는 사람, 험담에 동조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떠올리면, '아, 이런 사람이 어른이 맞구나' 싶다. 


어릴 때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될 줄 알았고, 뭐든지 척척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른이 되기는 정말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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