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말 레시피 공부 中
나에게 '말'이란 '요리'와 비슷하다.
누군가는 매콤한 현실을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소화가 잘 되도록 감정을 어루만지는 말을 필요로 한다. 손님마다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얘기를 듣다 보면 이 사람이 나한테 어떤 맛의 말을 듣고 싶은지 한참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패스트푸드처럼 빠른 음식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내 조리 시간이 잘 맞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다.
제일 어려운 손님은 ‘위로’를 주문하는 손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힘듦을 가지고 산다. 힘든 원인에 얽힌 이해관계와 상황을 아무리 들어도, 그 무게는 내가 겪어보지 않았기에 가늠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어려움에 내가 어떠한 판단도, 평가도 쉽사리 할 수 없다. 손님이 원한다면 같이 해결 방법을 찾고, 발전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겠지만 대부분은 손님 스스로 답을 알고 있으며, 듣고 싶은 ‘위로’의 말이 따로 있었던 것 같다.
머릿속 주방장은 여러 재료를 펼쳐놓고 한참을 고민한다.
‘힘내, 결국 지나갈 거야’ – 아니, 지금 힘든 사람에게 힘을 내라는 건 너무 더부룩할 것 같아.
‘지금만 버티면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야’ – 흠… 결국 버티라는 건데.. 좀 쓰지 않을까?
‘요즘 다 힘들지. 대부분 다 이러고 살아~’ – 어우 캡사이신이 너무 들어갔네.
결국, 요리사는 요리가 아닌 차를 한잔 건넨다. 소화가 안 되는 음식보다 따듯한 차 한잔으로 침묵을 지킨다.
말을 잘하는 방법은 여전히 모르겠다. 5성급 뷔페처럼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들을 취향 껏 펼처놓고 싶지만, 현실은 작은 주방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들을 조리하고 있다. 애써 만든 요리도 건네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도 여기저기 레시피를 찾아보기도 하고, 맛집에 찾아가 이런저런 말을 맛본다.
모두를 만족할 수 없겠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요리사가 되고 싶다. 사실, 요리를 안 하는 요리사(말을 하지 않는 것이)가 일류 요리사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