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보통 사람이 죽으면 무덤에 묻거나, 유골을 바다에 뿌리기도 하고 납골당에 유골을 모시기도 하지? 요샌 수목장도 좋지. 깔끔하게 관리도 해주고 방문하기도 편하고, 근데 죽은 사람이 거기에 있는게 아니잖아? 명절에 고인을 기리기 위한거라면 굳이 거기까지 가야만 할까? 사진들을 차곡차곡 모아놨다가 뜻깊은날 가족들과 열어보고 추억을 곱씹으면 되지않을까? 제사도 요샌 없어지는 추세니 말이야. 사실 제사든 뭐든 결국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들 아닐까?"
작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수목장을 가기위해 운전하면서 나는 옆에 앉은 내 딸에게 말했다.
할머니는 작년 겨울 소천하셨다. 그리고 나는 이번 추석을 맞아 여수에 있는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람은 결국 죽게되면 사라지는거야. 그이후의 감정은 남은자들의 것이지. 슬픔, 괴로움, 감사들 모두.
그럼에도 왜 나는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이 먼곳까지 가고 있는걸까?
추모공원 입구에 다다르니 길거리에 꽃을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내가 말했다. "저기서 예쁜 꽃을 사자"
'그럴까? 근데 저 꽃이 말이야.. 누구에게 의미가 있을까 싶어' 속으로 생각하며 차에서 내렸다. 예쁜 보라색 청초꽃이 눈에 띄였다. "저걸로 사자, 할머니가 좋아하실것 같아" 아내가 말했다.
"얼마에요?" "2만원입니다"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한국말로 대답했다.
'왜이리 비싸? 그래, 추석이고,장소가 장소니만큼 그럴법하네' 삐딱하게 삐딱하게 나는 생각하면서 꽃다발을 사서 아내에게 건냈다.
할머니가 묻힌 수목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서 내눈에 처음 보인건 수백개의 명판와 그앞에 놓인 수많은 꽃다발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할머니 명판 앞에 섰다. 1936.3.5~2024.12.19 성도 ooo
명판을 보는데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그마한 모래알갱이들을 손으로 닦아내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만졌던 내 따뜻한 할머니의 얼굴 같았다. 우리할머니 얼굴을 계속해서 쓰다듬었다. 할머니, 이 꽃좀 보세요. 할머니랑 어울리죠? 다른 조카들이 들고왔을 꽃다발 바로 옆에 놔두고 무릎꿇고 흐느꼈다. 할머니 저 왔어요. 저 보고싶었지요? 할머니. 제 아내랑 우리 아들딸들 같이 왔어요. 너무 예쁘죠? 할머니 전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어요. 나는 수목장 할머니 명판아래 앉아 수없이 할머니를 부르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