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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베이비, 편하긴 한데 머리는?

by rainstorm

AI 없이는 단 한 줄도 쓸 수 없기에 숙제는 AI에게 맡기고, 나는 휴식을 취하며, 로봇에게 인간미 없는 연애편지 대필까지 맡기는 시대는 아닌지. 최근 많은 학생들이, 그리고 더 넓게는 사회 전반에서, 글쓰기에 있어 AI의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까지도 광속의 속도로, 만능 맥가이버 칼처럼 효율성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AI는 복사 붙여 넣기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그야말로 뛰어난 도구일 수밖에 없다.

도깨비방망이 같은 번개 손으로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어 글쓰기의 혁명가처럼, 때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자판기가 되어주며, 글쓰기라는 과정 자체를 무한적으로 바꾸어놓았다.


만능 해결사처럼 우리를 순식간에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기에 이러한 변화를 반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 효율성 뒤에 숨어 있는 양날의 검을 간과하는 것은 AI바보가 될 수 있어 큰코다칠 그림자 속의 위험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학교 현장은 AI 글쓰기 열풍에 휩싸인 느낌이다. 학생들이 글을 쓸 때, AI 없이는 못 살 것 같은 분위기이자 글쓰기를 전적으로 맡기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의 글을 읽은 바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두뇌를 리모컨으로 조종해 달라며 AI에게 뇌를 저당 잡히고, 자신들은 빈 껍데기가 된 채로 글쓰기 근육을 퇴화시키고 있는 중이란 이야기였다.


AI가 차려주는 글을 그대로 받아먹기만 하면, 우리는 점점 글쓰기 근육용 영양 불균형 상태가 될 것이며, 생각은 창고에 갇히게 되어 글쓰기 바보가 되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글쓰기는 생각의 종합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AI에게 맡겨버리면, 인스턴트커피처럼 편리는 하겠지만, 깊은 맛은 턱없이 부족하다. 즉 공장에서 찍어낸 예술품처럼 개성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원두처럼 직접 갈고 볶은 커피라야 향긋하게 피어나는 글이 되는 것이다.


글쓰기는 뇌 근육 운동이라 하겠다. AI에게 글쓰기를 맡겨버리면, 우리 뇌는 헬스장 회원권을 끊어놓고 한 번도 안 가는 사람처럼 되어 오랜만에 헬스장 간 사람처럼 힘을 못 쓰게 될 것이다. 우리 논리력은 무너져가는 모래성처럼 불안해질 것 아니겠는가.


생각 공장이라 할 수 있는 학교에서 학생들은 근력 운동은 빼고 결과만 얻으려는 것처럼, 생각 훈련을 건너뛰게 될 것이다. 즉 학생들은 생각 생산 라인을 건너뛰고 완성품만 받는 셈이다. 침대에 누워만 있는 환자처럼, 사고력 근육이 점점 퇴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AI가 주는 효율성 꿀단지에 너무 빠져버리면, 미래에 생각 고갈이라는 쓰디쓴 벌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AI 젖병만 물고 자란 아이처럼, 성장판이 닫히거나 재활 치료도 어려운 성장통을 겪을지, 혹시 스스로 밥 먹는 법을 잊어버린 어른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글쓰기는 생각하는 어른이 되기 위한 마지막 기회이다.

미래 사회는 AI 복사본이 아닌,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가진 생각하는 사람을 원할 것이다. 글쓰기 천재를 만들어 줄 것 같은 AI이지만 학교 졸업 후 독립 사고 능력이 실종되는 등 자칫 글쓰기 멸치를 양성하는 생각훈련소가 될 수도 있다.

글쓰기 이론 없이 AI를 쓰는 건, 설명서 없이 조립하는 가구처럼 엉망진창이 되거나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글쓰기 이론은 AI가 제공하는 아이디어와 문장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글쓰기 내비게이션이자 AI가 주는 정보 중에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려내는 필터이다.

AI는 글쓰기 만능 리모컨이라 할 수 있지만 리모컨만 쥐고 있다고 TV 채널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채널이 있는지,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알아야 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리모컨만 쥐고 멍 때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채널 목록을 외우듯, 글쓰기 이론을 단련해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리모컨 전문가가 될 수 있다.


AI가 만든 반짝이는 열매도, 속이 텅 비어있으면 상품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AI는 농기구일 뿐,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는 건 글쓰기 농부인 우리 몫이다. AI가 만들어주는 초안뿐만 아니라 다듬고 수정하는 것을 포함하여 완성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글쓰기 장인인 우리 몫이다.

따라서, 우리는 AI라는 달콤한 꿀 같은 글쓰기 도우미를 넘어서는, 생각 탐험가로서의 사고와 분석을 통해 더 멋지고 나은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최첨단 자동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빠르게 가려면 점검받은 엔진이자 안전벨트라 할 수 있는 글쓰기 이론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학습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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