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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초보의 좌충우돌 정복기

by rainstorm

빗장을 달아 달라고 요구했는데 문밖에다 달아놓은 목수에게 눈먼 목수라고 하자, 이에 목수는 나 같은 사람한테 빗장을 달아 달라고 한 당신 같은 사람이 눈먼 사람이지! 라며 말다툼을 하질 않나, 잃어버린 열쇠를 가로등 아래에서 찾고 있는 사람을 두고 어리석다고 하면 그럼 어두운 데서 찾느냐고 되묻는 것이 늘 비논리적인 우리 인간이 아니던가.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친해지고 나면 글쓰기라는 멋진 여행을 함께할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은 바로 논리였다. 글쓰기를 배우려고 덤비다 보니 망아지가 제멋대로 달리지 않도록 고삐를 쥐어줄 튼튼한 다리가 필요하듯 글쓰기에는 그런 논리가 필요했다.


문맹인 맏형이 동생들 앞에서 제삿날 붓글씨로 지방 쓰는 동생 있느냐고 하자, 그까이것 내가 쓰겠다며 당당하고 기특하게 나선 한 동생이 붓을 들고서 한글로 지... 방 이라고 일필휘지로 써내려 갔다고 한다. 의사소통의 오류라 할 것이다. 논리를 공부하다 보니 당장 이와 같은 여러 유형의 오류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오류문제를 해결하려고 보니 만만치 않은 오류유형이란 문제 하나로 끈끈이에 붙잡힌 파리처럼 꼼짝 못 하고 묶여서 죽는 줄 알았다. 오랜 세월 살다 보니 어느새 대머리가 된 친구를 두고 언제 출가했냐고 묻는 자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네가 하는 말은 하나도 이해가 안 돼. 너 혹시 어렸을 때 구구단 제대로 못 외웠지? 하며 논쟁에서 불리해지자 상대방의 과거 학습 능력을 의심하는 인신공격의 오류 등, 뜨거운 컵라면 면발처럼 그렇게 엉켜버린 머릿속은 좌절 직전에까지 이르렀다.


아하! 해석 논리라는 빗으로 오류를 빗어내면 흐릿한 사진을 선명하게 보듯이, 오류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판단할 수 있고, 엉성한 논리를 탄탄하게 재구성하듯이, 오류를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겠다는 것을 감잡게 되었다.


돈타령에 선수가 되어있는 백수 3명이 로또를 각각 1매씩 구입 후 점집에 가서 당첨될 것 같냐고 묻자, 점쟁이는 손가락 1개만 쳐들어 보여주며 돌아가라고 해서 복채만주고 물러섰다. 백수들은 그 의미를 두고, 1명만 된다는 의미다, 아냐 1명만 안된다는 의미야, 그것도 아냐 하나같이 다 될 수도 있다는 의미야, 어허! 그게 아니지 하나같이 다 안된다는 의미야!


점쟁이가 손가락 하나를 든 행위는 매우 모호하며, 구체적인 정보 없이 해석하려는 것이자, 손가락 하나는 하나, 일부, 유일, 전체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로또 당첨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려는 확증 편향을 보이는 등 백수들의 이 같은 해석은 모두 해석의 오류에 해당한다.


그 후 글쓰기를 하거나 독해를 할 때 기본적으로 해석이라는 나침반에 방점을 두는 것이 함정과 오류를 피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마음먹었다. 즉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하듯이, 문장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읽고 분석해야 하고, 퍼즐 조각을 맞춰 그림을 완성하듯이, 문맥을 통해 계약서의 의미를 파악하며, 탐정처럼 숨겨진 의미를 추론하고, 다양한 해석을 비교 분석하는 습관을 익혀나갔다.


엄동설한 새벽에 빚을 받기 위해 찾아온 사기 피해자에게 사기꾼이 낮에 오라고 하였다. 피해자는 너무 좋아 순순히 돌아갔다가 웃는 얼굴로 낮에 다시 찾았다. 왔으니 돈을 달라고 하자, 새벽에 하도 추운데 고생이 심해서 낮에 오라고 했던 것이라고 하였다. 이런 해석의 오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일상에서 최근에도 해석의 오류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지만 큰 사고를 칠 정도는 아니라는데 한시름 놓고 지내고 있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면서 작은 실수를 저지르고는 있지만, 결국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과 같다고 할까. 내일 봐! 를 내 인생에서 영원히 보지 말자로 잘못 해석해서 친구와 절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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