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50도에서 야자수를 꿈꾸다

빅토리아 시대의 자랑, 유리온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by 식물이라는 우주

1800년대 빅토리아 시대는 ‘식물 수집가’들의 천국이었다. 대영제국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사람들은 동서를 넘나들며 식물을 수집했다. 린네의 분류법이 나온 시기와 맞물려, 식물 수집 및 분류는 말 그대로 꽃을 피웠다. 어쩌면 이 시기에 유리 온실이 발명된 것은 놀랄 일이 아닐 지도 모른다.

몇 주 전, 학교 업무 차 에든버러 식물원에 갔다. 그런데 마침, 단 이틀 동안, 보수를 막 끝낸 빅토리안 유리 온실 팜 하우스 (Palm House)를 직원들에게 공개한다 했다. 운이 정말 좋았다. 온실을 가득 채우던 식물이 모두 사라지니, 20m가 넘는 온실 건물이 제대로 위용을 자랑했다. 철로 틀을 만들고 유리를 끼운 온실은 1834년에 열대 온실이 지어진 후, 1856년에 확장된 온대 온실이 지어졌다. 사암으로 지어진 부분은 1800년대 원형이 남아 있고, 3년 간의 보수 공사 끝에 철제 구조물과 유리는 모두 교체되었다. 새로 만든 유리라 하더라도, 200년 가까이 된 유리 건물 안을 구경하는 건 정말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보수 공사가 결정된 후, 안타깝게도 200년 간 온실을 지키고 있던 버뮤다 야자수 (Sabal bermudana)에 작별을 고해야 했다고 한다. 1820년대 에든버러 식물원이 지금의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 있을 때부터 자라던 이 야자수는, 이후 식물원이 옮겨올 때 함께 옮겨 와, 1834년 완성된 유리 온실에 살기 시작했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야자수가 너무 커져서 천장을 뚫게 되어 부득이하게 작별인사를 해야 했다고 한다. 대신 식물원 팀은 야자수에서 받은 씨를 심어 그 자손을 키워냈다. 다음 200년은 이 친구들이 온실을 지키게 될 것이다. 새로이 태어난 이 식물들 외에, 온실 보수공사가 끝날 때까지 잠시 이사를 갔던 다른 수많은 온대와 열대 식물들은 이번 달 말부터 옮겨질 예정이다.

식물을 키우는 온실을 유리로 만드는 건, 식물을 키우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사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깨지기 쉬운 유리로 온 건물을 두르는 것도 일이지만, 철제 프레임에 맞게 유리를 알맞은 각도로 구부리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유리를 알맞게 구부린 것이, 아침에는 햇살을 온전히 모으고, 또 한낮에는 빛을 적당히 반사하는 역할을 한다. 햇빛을 적당히 가두니 열을 모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중충하고 추운 북위 50도 영국에서 열대 야자수를 햇빛만으로 키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가스 보일러는 열대 온실의 필수품이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이 발명품은 ‘탄소 먹는 하마’였다.

하루가 다르게 기후 위기를 몸으로 실감하게 되는 요즘, 빅토리아 시대의 유리 온실도 ‘탄소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벗어나 변화를 꾀하고 있다.이번에 보수가 완료된 에든버러 식물원의 유리 온실도, 그리고 또 2027년부터 5년 간 보수 공사에 들어가는 런던 큐가든의 팜하우스와 워터릴리하우스 모두 가스 보일러 대신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고, 특수 유리를 사용해 열 방출을 차단하고 내구성을 더하는 방식으로 탄소중립에 기여할 예정이다.

전세계 식물의 40%가 멸종 위기에 처한 지금, 형제들을 잃은 많은 열대 식물들이 영국의 유리온실에서 살아가고 있다. 미래의 식물원은 200년 전, 전세계를 누빈 탐험가들이 진귀한 식물을 모아 놓은 진열장 같은 곳이 아니라, 갈 곳 없는 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인류에게는 사라져가는 식물 다양성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는 공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