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커지는 법, 동상이몽
2012년 5월
딸은 핑크색을 무척 좋아한다. 핑크색 머리핀, 핑크색안경, 핑크색 원피스, 핑크색 샌들, 핑크색 가방.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란색을 좋아하더니 취향은 역시 변하는가 보다. 딸은 벌써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안과에 가보았는데 생각보다 눈이 많이 안 좋다. 예쁜 얼굴을 안경으로 가리니 안타깝고 기분이 좋지 않다. 안경을 쓰면 불편한 점이 많을 텐데 아빠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아 미안하다.
2012년 6월
“아빠, 모기는 무얼 먹고살아요?”
“아빠, 눈은 왜 깜빡거려요?”
지난번에 숟가락이 영어로 무엇이냐고 물어본 후, 딸의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기가 무엇을 먹고 사는가에 대해 아이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아빠는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 같다.
‘사람 피를 빨아먹고사는 거 같긴 한데 ’
쯧쯧. 이번에도 역시 딸에게 명확한 답변을 해주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OO아, 아빠랑 책에서 한번 찾아보자~”
아빠는 매번 책 보고 찾아보자는 말만 한다. 벌써 딸에게 알려줄 만한 지식이 거덜 난 것이다. 이제 즉문즉답은 어렵다. 예상은 했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2012년 5월
딸과 함께 뒷동산으로 나들이를 갔다. 하얗게 피어 있는 아카시아꽃을 보며 딸이 내게 말했다.
“아빠, 저 꽃 따 줘”
꽃은 내가 양팔을 뻗어도 손에 닿지 않을 만큼 높은 곳에 있었다.
“OO야, 꽃이 너무 높은 곳에 피어서 아빠도 꽃을 딸 수가 없을 것 같아”
잠시 후 딸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아빠, 시금치랑 당근 먹고 키 커지면 꼭 따 줘야 해”
시금치와 당근은 딸이 편식이 심해서 아내가 딸에게 꼭 먹이려고 하는 음식 중 하나다. 딸의 말처럼 나도 시금치를 먹어서 키가 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12년 8월
딸은 열심히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제법 잘 그린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딸을 바라보며 아내가 말한다.
"우리 OO이 그림도 정말 이쁘게 잘 그리네~ 공부도 열심히 해서 나중에 서울대 가자~~~"
그림을 그리고 있던 딸이 갑자기 귀가 솔깃했는지 아내를 보며 말한다.
"엄마, 우리 서울대공원 언제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