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즐거움(주말 농장)
주말농장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다. 작물 재배하고 수확하려는 목적보다는 지친 일상을 벗어나 쉬러 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쉬려고 가는 곳이지만 만고 널브러져서 쉬면 안 된다. 일을 하고 나서 쉬어야 휴식의 즐거움이 극대화된다.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동을 하고 먹는 것이다. 『마시멜로 이야기』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내와 절제, 자기 통제 후 먹고 쉬어야 더 좋은 휴식이 된다.
배가 고파야 밥이 맛있다. 가끔은 강제적 절제도 필요하다. 여행도 너무 자주 다니면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없다. 인간관계도 비슷하다. 매일 좋은 관계도 좋지만 가끔 굴곡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좋아하는 커피를 매일 사 먹어도 좋지만, 며칠 참았다가 마셔보는 것도 좋다. 커피맛이 극대화된다. 극기 훈련을 하는 이유도 비슷한 경우가 아닌가 싶다.
지난 주말도 농장에 가서 잡초를 뽑았고 고추 지지대를 세워주었다. 아이들 학원 바래다주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나니 주말이 지나갔다. 필요한 일들이었지만 시간을 더 생산적으로 보낼 수는 없었을까? 생각해 본다.
나의 일생을 돌이켜 보니 전력을 다했던 때가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비교적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었지만 다른 한 번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결과를 놓고 보면 극과 극이었지만 두 번다 온 힘을 다해 노력했다.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
마지막으로 전력을 다 했던 때가 20년 전이다. 그 후로는 전력으로 살지 않은 것 같다. 열심히 살았지만 전력을 다 하지는 않았다. 남들 하는 만큼의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살았다. 그래서인지 요즘 뭔가 마음속 한편에는 찜찜함이 있고, 머릿속에는 잡생각들이 있다.
절실하게 살고 싶지 않아서 절실하지 않을 만큼만 살았다. 절박하다는 것은 많은 것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한 가지에만 올인해야 절박을 벗어나는 것이다. 그마저도 확실하지 않다. 그래도 전력을 다 해야 한다. 쉬어 보면, 놀아보면 전력을 다했을 때가 뭐라도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력을 다 해보면 두 가지를 느끼는 것 같다.
1. 전력을 다해 살아도 별거 없다.
2. 그래서 전력을 다해 살지 않으면 행복하던가?
그렇지 않은것 같다.
고로, "전력을 다해도 별거 없지만 전력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
내 경우는 그런 것 같다.
전력(專力)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