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자주 다니다 보면 사람이 아무도 없는 나만의 아지트를 발견할 수 있다. 뭐든지 많이 하고 자주 하다 보면 실력이 늘 듯이 산도 자주 가면 남들이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나만의 천국이 생긴다. 아침 일찍 올라가서 맨발 산책을 한 후 웃통을 벗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극도의 평온함이 찾아온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이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이 피부를 스친다.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는다. 생각 같아서는 아무것도 입고 싶지 않으나 경범죄 소지가 있어 참는다. 수개월동안 이곳에서 산책을 하고 있지만 이른 아침에는 단 한 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도 사람이 없을 거라는 보장은 없기에 아무것 입지 않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웃통만 벗고 있기로 했다.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여성들이 노브라일 때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하는데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항상 보는 풍경이지만 항상 좋다. 좋은 곳은 언제 봐도 좋다
어제는 평소 먹던 커피와 다른 커피를 마셔봤는데 기분이 별로였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참 무서운 것이다. 먹던 커피에 익숙해지고, 먹던 음식에 익숙해지고, 늘 하던 업무에 익숙해지는 것. 익숙해진다는 것은 습관이 된다는 것이고 습관은 중독적인 요소가 있다.
과거의 어머니들이 남편한테 맞으면서도 결혼 생활을 유지했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상상해 본다. 남편들도 맞고 사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맞고 안 맞고의 문제가 아니고 어떤 형태로든 길들여진다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산책을 하며 바위에서 쉬고 있는데 들개 세 마리가 눈앞에 보였다. 한참 동안 나를 쳐다보며 눈을 피하지 않는다. 이곳은 내가 자주 오는 산책 코스다. 120 다산 콜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구청으로 연결을 시켜준다. 구청 직원과 통화를 한 후 10분이 채 되지 않아 119에서 전화가 왔고 현재 있는 위치를 물어봤다.
지금은 위험한 상황이 아니니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다음부터 근본적으로 들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들개를 포획 하거나 사람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쉽진 않아 보인다. 그래도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재수없으면 물려 죽을 수도 있다.
내려오는 길에 배수로 청소를 하는 구청 직원들이 보였다. 장마철이라 수해에 대비를 하는 모양이다. 십 수년 이곳을 지나다녔지만 배수로 청소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들개 출현에 대한 신속한 대응도 그렇고 장마철 배수로 정비도 그렇고 시민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느낌을 받았다.
뇌피셜이자 희망사항이지만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잘 되고 있다고 믿고 싶고, 앞으로도 잘 되기를 바란다. 작은 회사도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부드럽기도 하고 카리스마도 있어야 한다. 솔직하다는 것은 자존감이 높고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솔직함과 자존감은 사랑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자존감 없는 사람이 갑질한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식을 많이 사랑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