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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移職)

2013. 3, 4월

by JJ

2013. 3. 1

이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생각처럼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열심히 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건도 맞아야 한다. 상대의 조건과 나의 조건이.


숨겨야 할 부분과 숨기지 말아야 할 부분, 알아야 할 것과 몰라도 될 것, 보여야 할 부분과 보이지 말아야 할 부분을 잘 판단해야 한다. 중요한 일일수록 전략적이어야 한다. 모든 인간관계는 시쳇말로 밀당(밀고 당기고)이다.


안 될 수도 있지만 하는 노력을 비움이라고 하지 않던가? 살면서 복잡하고 갈등하는 일들은 많다. 늘 간결하고 명쾌하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수는 없다.


2013. 3. 8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 길들여졌던 것들과의 이별이다. 익숙한 거리,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마우스. 8년간 근무했던 회사를 퇴사하고 이직했다. 익숙한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꾼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


2013. 3. 12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이 바뀐다는 것은 집안에 가구를 바꾸는 것처럼 쉽지는 않다. 그가 바뀌기를 바라는 것보다 내가 바뀌는 것이 빠르다. 나는 그들의 장점만 받아들이고 배우면 된다.


어쨌거나 변화한다는 건 참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이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고 얼마나 싸워야 할 것인가? 더 중요한 건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지면 끝이다. 지는 게 지는 것이다.


2013. 3. 15

이직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업무에 적응한다는 것이 힘든 일이다. 누구나 다 알지만 실제로 부딪히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움이 많다. 역시 실전은 만만치 않다. 깐깐하고 완벽주의자이며 일중독인 상사에게는 그만큼 배워야 할 것도 있다.


나도 그동안 타성에 젖은 업무를 했던 건 아닌가 반성해야 한다. 자존심 따위야 버린 지 오래지만 문득 서러운 감정이 밀려올 때가 있다. 집에 들어와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눈물이 핑 돈다. 위로가 필요한 날이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


아이들과 뒷동산 산책은 언제나 즐겁다. 아이들도 산책을 좋아해서 다행이다. 뒷동산은 아이들과 추억이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2013. 4. 4

아들은 너무 이쁘고 귀엽게 자라주고 있다. 밥도 잘 먹고 잘 놀고,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어 감사하다. 며칠 전에는 놀다가 유리창을 깨서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늘 기도하고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2013. 4. 10

1년간 고민하고 갈등한 끝에 이직을 결심했다.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편하게 일하려고 한다면 특별히 이직을 할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남편으로 아버지로 좀 더 책임을 다하기 위해 결심했다. 일은 더 힘들고 월급은 많다.


군인은 전쟁터에서 죽을 때가 가장 명예롭다고 했던가? 가장은 돈 벌다 죽는 게 가장 명예로운 것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온전히 자유할 수 있는 나의 시간(인생)은 더 줄어들 것이다. 서글퍼할 필요 없다. 아빠들은 다 그렇게 산다.


2013. 4. 20

딸과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니, 앞에 차가 깜빡이를 켜며 멈춰있다. 좌측 1차선은 차가 씽씽 달리고 있어 차선을 변경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아이가 타고 있어 각별히 운전을 조심히 해야 한다.


잠시 후 내 앞차는 쌩하며 빠르게 그곳을 빠져나갔고 뒤에서 미친 듯이 클랙션을 눌리던 차가 창문을 열고 내게 말했다.

“야! 운전 똑바로 안 해? 당신 때문에 뒤에 차 다 밀렸잖아!”


그리곤 쏜살같이 앞으로 내달린다. 나이도 어린 여성이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화를 참을 줄 알아야 한다. 소탐대실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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