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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by JJ

이 업계에 25년 넘게 일하면서 가장 싫어했던 대표가 있다. 회사는 일을 하러 모인 곳이지만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하려면 대표의 철학도 중요하고 인격도 중요하다. 연애와 결혼이 다르듯이 일도 오래 함께 하려면 맞춰야 할 것들이 많다.


그는 괴팍했다.원들에게 "너는 왜 카이스트에서 박사 마친 사람보다 못하냐? 삼성에 다니는 사람들을 보라. 그만큼 하고 있냐?"

이런 식의 모욕적인 발언도 했다. 잘하고 있는 직원들에게도 칭찬이 인색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괴팍한 꼰데가 내게 말했다.

"이 팀장은 끈기하나는 대단해. 그건 내가 인정하지"




꼰대와 이별하고 20년이 지나 내 모습을 돌아보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12년이 지나서 대학을 입학했고, 대학을 5년 만에 졸업을 했다. 글쓰기를 30년 동안하고 있다. 주말농장을 10년째 하고 있다. 신혼집에서 전세로 14년 동안 살았다. 한 동네에서 35년을 살았다. 주식을 20년째 하고 있다. 수영을 20년 했다. 이혼하지 않고 18년 동안 살고 있다.

내 삶을 돌아보니 꼰대 말이 일견 맞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한 번 물은 건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다. 대신 시작하기 전에 굉장히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작년부터 전동킥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타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끈기로 살 것인가?


가늘고 길게 가야 한다.

가늘고 길게 가다 보면 굵어지는 날이 있겠지.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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