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늙고 있다

with 여주, 주말농장 2025.11.09

by JJ

나는 조금씩 늙어가고 있다. 요즘은 뒷 목과 어깨 통증이 자주 온다. 작년부터는 평생에 한 번도 없었던 무좀이 생기기 시작했다. 엊그제부터는 어금니가 시큰하다. 염색을 하지 않으면 흰머리가 너무 많이 보인다. 큰 질병 없이 살아온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지만 물리적으로 늙어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요즘 고민이 되는 것은 흥(興)을 못 느끼겠다는 것이다. 특별히 힘든 일이 없어서 감사하지만 특별히 즐거운 일도 없다. 자극적인 도파민만 찾으면 안 된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것이다"라는 말을 했는가 보다.


나이가 들면서 도파민보다는 세로토닌 (Serotonin)이 중요한 것 같다. 도파민은 나를 움직이게 하고 세로토닌이 나를 지켜준다. 지금은 도파민을 찾아 나서기보다 안정적인 평온함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요즘 나는 무엇으로 즐거울 것인가? 대한 고민을 한다. 산에 다니고 맛있는 것 먹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깊이 몰입할 것을 찾아야 한다.

여주

주말농장

올해는 고구마를 처음 심었다. 가을장마가 길어서 풍작은 포기했는데 생각보다 잘 자라주었다. 농장에 오면 세로토닌이 나온다. 10년 동안 주말농장을 하고 있다. 새로운 건 없다. 그러나 평온함이 있다. 평온함이 극대화되는 곳이 농장과 산이다.


아내는 다시 감기에 걸렸다. 주말에도 나가서 근무하더니 감기가 심해진 모양이다. 오전에는 딸 학원을 바래다주고 저녁에는 고기를 굽고, 스크램블을 하고 된장국을 끓였다. 밤늦게 학원에서 돌아오는 딸아이를 매일 마중 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주말에도 학원 가서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는 딸에게 아빠가 그 정도는 해야 할 것 같다.


아들은 한의원에서 진료를 보고 한약을 먹고 있다. 목욕을 하고 난 후 아들의 몸을 보고 너무 말라서 깜짝 놀랐다. 아픈 사람처럼 근육이 없고 요즘은 배도 자주 아프다고 했다. 아기 때는 기저귀 갈아주고 우유만 먹이면 되는데 크고 나니 다른 할 일들이 생긴다. 늘 해야 할 일들이 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