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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책, 치과

2025년 11월 16일

by JJ

치과에 갔다. 크라운 치료라는 것을 했다. 마취를 세게 한 탓 인지 별로 아프지 않았다. 6시간 동안 입안이 얼얼했다. 한 동안 오른쪽 이빨로만 음식을 먹어야 한다. 부정하고 싶지만 나는 조금씩 늙고 있다.


아내는 몇 주째 감기에 시달리고 있다. 직장을 다니면 아파도 일하러 가야 한다. 이게 참 서럽다. 예전에는 연차가 있는 회사도 많지 않았다. 30년 간 꾸준히 직장생활을 하려면 일만 잘해서는 안된다. 건강관리도 잘해야 하고 멘털관리도 잘해야 한다.


이번기회에 18년간 외벌이 가장으로 살아온 남편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을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해 주면 좋겠다. 그때는 죽어도 일하다 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했다.


요즘은 내가 대부분의 집안일을 하고 있다. 집안일에 치이다 보니 정말 밥 한 끼 여유 있게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끊임없이 할 일이 샘솟듯이 솟아오른다. 왜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면서 애들 끼니를 챙기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 이해가 간다. 그래서 직접 경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내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영양주사를 맞는 동안 병원 주변을 돌아다녔다. 가을이 완전히 무르익었다.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아내가 나올 때까지 거리를 돌아다닐 생각이다. 기다릴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

내가 아무도 기다릴 사람이 없고, 나를 아무도 기다려 줄 사람이 없다는 건 서글픈 일 같다.


가을산책 덕수궁


경희궁


뒷동산

올해는 단풍구경을 못 가서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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