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다는 것에 관하여
아이들 양치질을 해주며, 목욕을 시키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힘들지만 이것도 행복이다. 사랑하는 내 아이를 내가 씻겨 줄 수 있는 권리. 힘들다고 생각하면 힘들고 괜찮다고 생각하면 괜찮다.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아들이 감기가 심하다. 기침 때문에 자다가 여러 번 깨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 그리고 요즘 버릇이 없어졌다. 엄마 아빠에게 대들며 생떼를 부린다. 얼마 전엔 악을 쓰며 고집을 피우는 아들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처음엔 훈육차원으로 경고만 주려고 했으나 열을 내며 대드는 아들에게 순간적으로 머리를 내리쳤다.
회초리와 흥분된 아빠의 목소리로 짐작해 화가 났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빠가 왜 화났는지는 알고 있을까?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고 있을까? 계속 혼내려고 하자 아들은 울면서 도망을 갔다. 그래도 잘못했다는 말은 안 한다. 더 떼를 쓰며 운다. 아이들을 혼낼 때면 마음이 참 안 좋다.
냉철하게 훈육을 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가끔 감정이 개입되는 것 같다. 아들도 지독한 감기로 몸이 힘들 텐데 아빠답지 못한 감정적 대응이었던 것 같아 내내 미안했다. 제대로 된 장난감 로봇도 하나 없는 아들에게 미안하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것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일곱 살, 네 살.
육아에 있어 가장 부모의 손이 많이 가고 힘드니 기는 1-5세가 아닐까 싶다. 우리 아이들도 시기적으로 피크는 지났다고 생각되지만 여전히 육아를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오늘은 아들이 공원에서 놀다가 큼직한 나무토막을 또래 아이의 얼굴을 향해 던져서 아이가 울고 불고 난리를 치는 소동이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무척 당황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딸은 그런 걱정은 없으나 여자아이 여서인지 디테일한 감정을 맞춰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루 종일 공원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놀고 저녁에 약속이 있어 나가려 하는데 아들이 따라오겠다며 떼를 쓰며 운다. 장난감도, 사탕도 소용없다. 하는 수 없이 억지로 떼어내고 문을 나섰으나 울음소리가 더 커진다.
아이 처음 키워보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이런저런 감정들이 무뎌지지는 않는가 보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빨리빨리 크라고 노래를 부르지만 나는 한 편으로 아이들이 천천히 자랐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행복하고 보람된 순간일 수도 있다.
요즘생각.
육아, 훈육할 때 회초리 무용론을 얘기한다. 나도 아이들 키울 때 매우 조심했던 부분인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한 두 차례 순간적으로 머리통을 쥐어박는 등의 행동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어릴 때 부모님께 맞아본 기억이 없다.
나의 친구들은 부모님께 종종 맞았다. 물 뿌리는 호수로 맞던가, 빗자루로 맞던가, 기타 눈에 보이는 물건, 집히는 물건으로 두들겨 맞은 친구들도 있다. 그런데 그 친구들 모두 공부 열심히 해서 사회 나가서 잘 산다. 부모님과도 사이좋고 효도하며 산다.
체벌은 훈육에 도움이 되지 않고 회초리도 특별한 경우만 사용하라는 말도 한다. 전문가들은 회초리도 100% 금지라고 말한다. 사실 이론과 실제는 갭이 크다. 100% 완벽하게 회초리 한 번 들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부모다.
그러나 혹시 부모들이 아주 가끔 회초리를 들거나 감정적으로 한 대 때렸다고 해서 너무 죄책감을 갖지 말자. 그럴 수 있다. 부모도 사람이고 아빠도 엄마도 사람이다. 너무 완벽한 부모가 되려고 하지 말자. 어쩌면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것보다 한 대 맞으면서 잡초처럼 자란 것이 험한 세상을 사는 데는 더 나을 수도 있다.
나 때는 오히려 집에서는 안 맞았는데 학교에서 맞고, 길거리에서 깡패들에게 맞아 본 기억이 있다. 군대에서도 맞았구나. 당연히 안 맞는 게 정상이지만 이미 맞았다면 상처받지 말고 강하게 버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