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마!

by JJ

2014. 6. 25

꽤 더운 날씨다. 아내가 냉장고에서 수박을 꺼내왔다. 덥고 목이 마르던 차에 얼른 수박을 집어 들고 우적우적 먹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먹지마!”


외마디 비명과도 같은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외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4살 된 나의 아들이었다. 어리둥절했지만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판단되어 다시 수박을 들었다. 그러자 다시 아들이 외쳤다.

“먹지 마이~”


울먹이며 아들이 말했다. 약간 당혹스럽기도 하고 어이없었다. 나는 얼떨결에 들었던 수박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 아들에게 물었다.

“아빠 먹지 마? 왜? 혼자 다 먹을 거야?”


유치한 질문이지만 아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사실 궁금해할 필요까지는 없는 일이지만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아들이 버릇없게 굴어 회초리로 한 대 때린 것 때문일까?'


별의별 상상을 다 해 보았다. 아들은 이유물문하고 계속 먹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리고 혼자서 다 먹겠다는 말도 덧붙었다. 손에 들고 있던 수박을 놓고 아들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살면서 “많이 먹어라, 더 드세요” 이런 말은 들어 봤어도 먹지 말라는 말은 평생 처음 들어 본다.


그것도 자기가 모두 먹어야 하기 때문에 아빠는 먹지 말라니.

오호통재라.

아무튼 그날 난 수박을 먹지 못했다.


2014. 7. 12

아이들과 갯벌체험을 다녀왔다. 조개는 한 개도 찾지 못했다. 모래놀이와 조개껍질 놀이만 열심히 했다. 딸은 해파리가 무섭다며 잠깐 뻘에 들어갔다 나왔고 4살 아들은 아예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는다. 겁이 좀 많은 것일까? 아이들을 강하고 대범하게 키우고 싶다. 강해야 살아낼 수 있는 세상이다.


위기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가 처했을 때 헤쳐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 그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 위기가 없을 순 없다.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미리 걱정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미래가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해 현재가 불행해도 되는 건 아니다. 적당히 잘 산다는 건 쉽고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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