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벚꽃을 구경하고 왔다. 아침에 일찍 나와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뚜레쥬르 빵집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했다. 딸이 살갑거나 아빠가 다정하거나 그렇진 않다. 그래도 인정은 있고, 서로에게 배려심도 있는 것 같다. 그 정도로 감사하다.
딸은 고3이다. 고 3 같지 않게 표정이 해맑다. 고2때와 고3 때가 한 결이 평온하다. 속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어둡지 않아서 좋다. 엇그제 학원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학원에서 잔소리를 많이 하니 까 집에서는 마음 편안하게 해 주란다. 그런데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듯싶다. 우리 딸은 생각보다 단단한 것 같다.
얼마 전에 학원장에게 전화가 왔다. 딸이 학원에 오지 않았다는 전화였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불길한 마음에 여러 번 전화를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카톡을 했는데 읽지도 않는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여전히 연락이 없다. 저녁이 되어서야 다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딸이 학원에 오지도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걱정하지 마. 자기 방에서 자고 있어. 아주 푹 잠들었네."
안도의 한숨이 나오면서 조금 괘씸한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공부하러 스터디 카페에 갔는데 새벽 1시가 되어도 오지 않는 것이다. 수십 통의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안 돼서 스터디 카페에 전화를 했다. 대표는 CCTV를 돌려보더니 딸이 엎드려서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음으로 해놓고 아주 푹잤나 보다. 가끔은 욱~ 하고 화가 밀려오는데 참아야 어른이 되는 것이다. 진짜 어른이 되려면 모든 것을 참아야 한다. 마누라에게도 참아야 하고 직원들에게도 참아야 한다. 해탈이나 열반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쓰레기장이 된 아들의 방을 묵묵히 치워야 한다. 두 번, 세 번, 한 달 두 달, 계속 치워야 한다. 청소의 필요성을 여러 번 말했지만 바뀌는 것이 없다. 일 년, 이년 계속 치워야 한다. 3년쯤 되니 자기 방에 머리카락을 밀대로 밀어서 청소하기 시작했다.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과자 봉지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3년이다. 딸아, 아들아 이제 너희 일은 너희가 알아서 해야 한다. 아빠는 늙고 있다. 이제 분유를 타주는 엄마도, 쓰레기통을 비워주는 아빠도 없다. 스스로 해야 한다. 영원히 너희들 곁에 있을 수는 없다. 잘하고,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