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5월
2000년 5월
아침에 아메리카노, 저녁엔 카푸치노.
아침에 돼지갈비, 저녁에 삼겹살.
아침에 부장님한테 깨지고 저녁에 사장님한테 깨지고.
좋지 않은 일진이다. 어렸을 때는 성년의 날만 지나면 성인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술, 담배를 한다고 성인 대우를 해주는 건 아니었다.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고 해서 군대를 다녀왔다. 취직해서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 한다고 해서 경제적 독립을 했다.
이제 완전한 사회의 구성원되었고 성인이 되었다. 그런데 사회에 나가보니 여전히 나보다 나이도 많고 직급이 높은 사람이 많다. 이제는 사람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살 수 있으려나? 그렇지 않았다. 회사생활이 익숙해질 만하니 거래처들과 경쟁도 해야 하고 눈치도 봐야 한다. 뜬금없이 없이 딴지를 걸어오기도 한다. 피곤한 삶이다. 환갑이 지나면 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2000년 5월
서랍정리를 했다. 주변 정리를 하면 머리가 맑아진다. 청소나 빨래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비슷한 느낌일까? 정리를 하면서 느껴지는 개운함이 있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고 물건도 그렇고 뭔가를 상실했을 때,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불가용성효과”라고 한다. 실재적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소유하지(지속되지) 못했기 때문에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라고 한다. 물냉면 시켰는데 비빔냉면 먹고 싶은 심리, 이루지 못한 사랑이 아름다워 보이는 착각,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이는 것 등이 그렇다.
한 두 번 아팠더라도 다시 사랑을 해야 한다. 누구든 사랑할 수 있지만 아무나 사랑해선 안 된다. 사랑할 만한 대상을 상식적으로 사랑해야 한다. 동정이나 자기 연민을 사랑으로 착각해서도 안 된다. 이번주는 유난히 외롭다. 아무나 만나고 싶은 날이다. 나의 반쪽을 찾아 오늘도 헤매지만 끝내 그런 사람은 나타나지는 않으려나 보다. 딱 맞는 사람을 만나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맞으면 만나면서 사랑을 키우는 것이라고 하는데 얼마큼 맞추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맞출 수는 없을 거 같고......
사랑, 필요해서 원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니까 필요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