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습관이 생겼다. 무조건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부부도 비슷하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지만 가까울수록 조심해야 한다. 한 편으로는 너무 사람들을 경계하고 믿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굳이 모든 것을 내 힘으로 다 할 필요는 없다.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아쉬운 소리를 했으면 더 관계가 넓어질 수도 있었다. 너무 폐쇄적이었고 자기 검열이 심했던 것 같기도 하다. 조금은 영업적이고, 영악하게 살 필요도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젊은 날의 방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쓸데없는 잡생각을 하며 패배주의에 빠져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건 첫 경험이 중요하다.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을 때, 첫 연애를 했을 때, 첫 직장을 다녔을 때 가치관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첫 연애, 첫 직장, 첫 입시 모두 중요하다. 대학이라는 첫 인생의 관문에서 패배를 하면 자신감을 잃게 된다. 내가 쏟은 정성의 크기만큼 좌절감의 크기도 커진다. 무얼 하든 자신감이 중요하다. 근거 있는 자신감은 작은 성취를 경험하는 것에서 나온다.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았고 도움을 주고 싶지도 않았다. 나쁜 건 아니지만 좋은 것도 아니라는 것을 나이를 먹고 깨달았다. 가능하면 사람들과 교류하며 따뜻하게 사는 것이 좋다. 갑자기 사람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교류한다는 것은 여전히 피곤한 일이긴 하지만 교류하지 않으면 더 외롭고 쓸쓸해지고 고립된다.
나도 도움을 주어야 남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은 나보다 현명하고 즐거운 삶을 살았으면 한다. 그래야 기회도 많아지고 삶의 질이 좋아진다. 누가 되었건 이끌어 주고 잡아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젊은 날로 돌아가면 좀 더 왕성히 교류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이번생은 내향인으로 살았지만 다음 생은 외향인으로 살아보고 싶다. 물론 더 많은 복잡한 인간관계들 때문에 버려야 하고 상처받을 일도 많을 수 있겠지만.
결혼을 하고 신혼집에서 10년 동안 전세를 살았다. 첫 이사를 할 때 내 집 장만을 하게 되었다. 이사를 다녀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사 날짜를 맞춘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집주인이 배려를 해주어서 이사 갈 집을 깨끗하게 리모델링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 집주인이 좋은 사람이었다.
살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 직장운, 사업운, 연애운, 결혼운도 있다. 나도 나중에 누군가에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면 그 힘을 좋은 일에 쓰고 싶다. 나쁜 사람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좋은 사람 열 번 만나도 나쁜 사람 한 번 만나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다.
앞으로는 좀 더 마음을 열어 놓고 사람들에게 도움도 주고, 소소한 도움도 받으며 따뜻하게 살고 싶다. 여태 살아온 관성이 있으니 잘 될지는 모르겠다. 안 주고 안 받는 것이 심플하기는 한데 잘 주고 잘 받으며 사는 것이 살아가는 재미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