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미리 밝혀 두지만 나는 개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개를 키웠었고 지금도 지나가는 예쁜 강아지들을 보면 눈길이 가고 미소가 지어진다. 나의 집 근처에는 공원이 두 군데 있는데 하나는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A공원이고 또 하나는 구청에서 관리하는 근린공원이다.
A공원에는 넓은 잔디밭이 있는데 최근에 개들과 개주인들이 점령을 해서 시민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공원은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이 산책을 하고 공놀이도 하는 공간인데, 개에게 목줄도 하지 않고 잔디밭에 풀어놓는 견주들이 있었다. 나는 몇 차례 서울시에 민원을 넣었고 오랜 기다림 끝에 공원에는 경고 문구가 쓰인 현수막도 걸렸다.
그 후로한 동안 잠잠했으나 몰상식한 견주들은 바퀴벌레처럼 또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개가 너무 많고 시끄러워서 A 공원의 산책은 포기를 했다. 대신 집 앞에 있는 근린공원에서 조용한 산책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집 앞의 근린공원에 더 몰상식한 무법자가 나타났다.
아침마다 개 다섯 마리를 이끌고 공원을 활보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개에게 목줄을 하지 않고 풀어놓고 다닌다는 것이다. 첫날은 어안이 벙벙해서 보고만 있었다. 그의 만행은 다음날도 계속되었다. 자기가 양치기 소년이라도 되는 양 개들을 풀어놓고 개를 몰고 다니며 즐거워했다. 이런 경우를 개 같은 경우라고 해야 하나?
삼일째 되던 날 나는 그를 불렀다.
"아저씨!"
그는 내 말을 못 들을 척 공원을 활보했고 나는 아침마다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맹견은 아니지만 꽤나 사납게 짖어 대며 달려들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충분이 해를 끼칠 수도 있었다. 공원에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산책을 하고 계셔서 방심하면 개물림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 그 후로도 견주와 몇 번 마주쳤지만 그때마다 개주인은 나의 말을 무시하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산책을 했다. 이러다가 개 때문에 동네 사람끼리 싸움이라도 날 판이다. 고민 끝에 관할 구청과 파출소에 신고를 했다.
근린공원의 터줏대감이었던 이 개는 반려견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사라졌다. 산책을 나가면 항상 나를 반겨주었던 녀석이다
개 때문에 사람 쉴 곳이 줄어들고 있다. 공원에서 산책하는 어르신들도 눈 살을 찌푸리며 그 개들을 피해 다닌다. 이 정도면 견주를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한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개물림사고도 자주 일어나고 심지어 사망까지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법을 제정해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미친놈 때문에 선량하고 상식적인 견주들까지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될 수도 있다.
차라리 법을 제정해서 개놀이터나 개공원 만들어서 인간과 개를 분리시키던가 하라. 개는 개공원에서 산책시키고 사람은 사람끼리 산책하자는 말이다. 짖는 개들 때문에 조용한 명상과 산책의 시간을 침해받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개를 풀어놓고 다니는 사이코 패스 때문에 갈 곳이 없다. A공원도 갈 수가 없고 집 근처 근린공원도 갈 수가 없다.
개는 죄가 없는데 개 주인 때문에 개까지 미워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개권(犬權)은 중요하고 인권(人權)은 중요하지 않은가? 인권보다 개권이 먼저인가? 개 때문에 인간의 사생활까지 침해받는 것이 정상적인가? 요즘은 개와 함께 투숙할 수 호텔도 있다. 차라리 그렇게 분리를 해야 한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왜 가해자가 벌을 받아야지 죄 없는 내가 피해 다녀야 하는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보신탕문화라는 말이 있었다. 나는 보신탕을 즐기지는 않았지만 회사 분위기가 보신탕을 먹는 문화여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보신탕을 먹었다. 여름에도 삼계탕을 먹듯이 보신탕을 먹었다. 회사 회식도 1차는 보신탕 집에서 했다.
아마 상상하기 힘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보신탕을 먹는다면 하면 벌레 보듯이 쳐다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퇴사 후 보신탕 먹을 일은 없었지만 지금도 마니아들은 보신탕 맛집 가서 잘 먹고 다닌다. 지금은 인권보다 개권이 더 중시되는 시대가 아닌가 착각을 하게 될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다. 개가 상전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스마트폰이 생기고 전기차도 생기고 달나라도 가고 더 살기 좋게 변한다. 때론 코로나19와 지구 온난화 같은 재앙이 오기도 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개까지 등판하여 혼란스럽게 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개가 인간의 대안이 될 수 없다. 개는 그냥 개다. 반려견도 아니고 애완견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