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들고 있길래 농담 삼아 건넨 말이었는데 오랜만에 파안대소하며 웃었다.
아들의 일기장, 난필이다.
아이들 키우면서 웃을 일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얼마 전에도 아들을 혼냈다. 생활 습관이나 태도가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다. 아직은 아빠의 말에 순응적이긴 하나 기간이 언제까지 될는지는 알 수 없다. 아들도 사춘기가 시작된 것 같다.부쩍 짜증이 늘었고 엉뚱한 논리로 괴변을 늘어놓는다.
듣기 싫은 소리 하는 것이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특히 아이들에게는 더마음이 많이 쓰인다. 새벽에 자고 있는 아들 옆에 누워서 아들을 꼭 안았다. 아들의 체온이 느껴진다. 아무런 저항 없이 곤히 자는 아들을 안고 있는 이 순간이 나에겐 유일한 힐링의 시간이다. 사랑할 대상이 있다는 것이 좋다.
얼마 전 아침에 출근하려고 주차장에서차를 몰고 나오는데 등교하는 아들과 마주쳤다. 아들은 주차장에서 나오는 내 차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나도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 답을 했다. 출근길엔 차가 많이 막혀서 거북이 운행이 불가피하다. 천천히 액셀레이터를 밟으며 본의 아니게 등교하는 아들의 뒤를 졸졸 쫓아가게 되었다. 아들은 바쁘게 걸어가며 뒤따라 가는 내 차를 힐끗힐끗 쳐다본다.
정체가 조금씩 풀릴 무렵 다시 한번 아들 옆을 지나게 되었다. 다시 나를 보고 손을 흔든다. 살면서 나에게 이렇게 다정하게 손을 흔들어 준 사람이 있었을까? 등굣길에 출근하는 아빠를 지켜보면서 손을 흔들어 주는 아들이 있다는 삶이 감사하다.
여전히 교육과 훈육은 어렵다. 10년 전에도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육아와 교육과 훈육은 참고만 하면 된다. 모든 아이가 그렇더라도 내 아이는 다를 수 있다. 육아 서적을 보고 공부한다고 해서 책대로 크는 것도 아니다. 책 몇 권 읽고 강의 몇 번 들었다고 아이들 키우는 것에 자신감을 가지면 안 된다.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보다더 위험한 사람은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이라고 한다.
어설프게 알면 더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극한의 외로움을 견디게 해주는 모르핀 같은 존재, 고된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존재, 어쩌면 온 세상 사람을 통틀어서 아들에게만 나의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커버려서 추억이 되어 버렸지만, 사는게 힘든 날엔 자고 있는 아들에게 푸념도 많이 했다.
'아들, 아빠 오늘 회사에서 힘들었어. 아빠 위로해 줘.'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곤히 자고 있다. 그 모습 자체가 아들의 대답이었다.
'고생하셨어요. 아빠'
아빠가 왜 힘든 것인지 무엇이 힘든 것인지 몰라도 된다. 그저 아들이 존재하는 것 만으로 아빠는 기쁘고 감사하다. 아빠도 누군가에게 투정을 하고 싶고 위로를 받고 싶었나 보다. 말할 사람이 필요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