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을 찾아서, 딸의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2023년 3월 16일

by JJ

존재감을 찾아서

2023년 3월 16일

나는 왜 존재하고 우리는 왜 존재할까? 나는 아빠이므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존재하고, 아내는 엄마여서 양육하고 교육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그러면 결혼을 안 한 미혼은 무슨 이유로 존재하고 10대는 무슨 이유로 존재하고 20대는 무슨 이유로 존재하는 것일까?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행복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일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일까? 그러면 지금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유지하기 하거나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가? 목표를 이룬 사람은 다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일까? 인스타에 멋진 사진을 올리기 위해서? 혹은 유튜버 구독자를 늘이기 위해서?


갑자기 뚱딴지같은 생각일지 모르지만 한 번쯤은 나는 왜 존재하는가? 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아이는 엄마를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한다. 그 아이에게는 엄마를 기쁘게 하는 것에서 존재감을 찾는다. 노모가 아침마다 아들의 식사를 차리는 것은 귀찮고 힘든 일이지만 그것으로 존재감을 확인한다.


내가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느낄 때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는 것 같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반려견 먹이를 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존재해야 한다. 그 개는 내가 없으면 죽는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해야 한다. 아이들은 게임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어른들은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의 존재감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아빠의 존재감은 권위고 엄마는 존재감은 잔소리인지도 모르겠다. 권위와 잔소리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아내는 끊임없이 말을 하며 존재감을 느끼는 것 같다. 엄마의 존재감은 딸아이의 입시 설명회를 찾아다니는 것이고, 추운 날 옷을 따뜻하게 입고 나가라는 잔소리일 수도 있다. 아빠의 존재감은 딸아이가 친구들과 생일파티하는 뷔페집에 가서 카드를 한 번 긁고 오는 것일 수도 있다. 나의, 우리의 존재감은 무엇일까?



딸의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2023년 3월 16일

나는 피아노 소리를 참 좋아한다. 오래전부터 피아노 연주를 듣는 것을 좋아했는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중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 누나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사춘기 때여서 인지 친구 누나의 피아노 치는 모습이 그렇게 예쁘고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피아노에 대한 로망이 생긴 것 같다.


그리고 막연한 꿈이 생겼다. 나중에 커서 결혼을 하게 되면 피아노 치는 사람이랑 결혼을 하고 싶다는...... 그리고 그 집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꿨다. 몇십 년 후 운 좋게 결혼을 했고 딸이 태어났다. 아내는 피아노를 치지 못했지만 딸이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전국 콩쿠르대회에서 2위도 하면서 피아노를 곧 잘 쳤다.


퇴근 후에 집에 돌아오는 골목길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우리 집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였다.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지인의 소개로 꽤 실력 있는 선생님께 몇 년간 개인레슨을 받기도 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레슨은 멈추었지만 지금도 딸은 꾸준히 집에서 피아노를 친다. 지금도 나의 휴대폰 벨소리는 딸이 연주한 터키행진곡이다. 10년이 넘도록 바뀌지 않은 벨소리다.


딸은 밤 12시에도 피아노를 치고 새벽에도 피아노를 쳐댄다. 다행히 디지털 피아노여서 헤드폰을 끼고 치지만 가끔은 헤드폰을 내려놓고 미친 듯이 라이브로 쳐대서 민원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 인생에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것 같아도 딸의 방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를 듣다 보면 작은 꿈 하나는 이루었구나 하며 위로를 해본다.


그 많던 애교는 어디로 다 사라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