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마다 한 번씩 만나는 여자

by JJ

3년마다 한 번씩 만나는 여자

2015년 1월

중학교 때부터 함께 교회를 다녔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군기로 사회생활에 적응을 하고 있을 때쯤 갑자기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좋은 감정이 있으니 사귀자고 했다. 나는 그녀가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았고, 또 연애를 할 만큼 한가한 사람도 아니었기에 정중히 거절했다. 그 후로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교회를 나가지못했고 그 친구도 회사생활로 바쁘다 보니 3년 동안 아무 연락 없이 잊고 지냈다.


3년 후 봄.

혜화동에서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누가 등뒤에서 불렀다.

“oo아~~”


3년 만의 만남이었다. 그 녀는 우리가 함께 다녔던 교회를 옮겨서 다른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옮긴 교회에서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나 진지하게 교제하고 있다고 했다. 목소리도 활기찼고 표정도 밝았다. 조용한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한 동안 수다를 떨다가 헤어졌다. 오랜만의 만남이었지만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우리는 가끔 만나서 밥이라도 먹자며 서로 명함을 건네고 헤어졌다. 그 후로 그 녀와 나는 같은 하늘 다른 곳에서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3년 후 가을

종로를 걸어가고 있는데, 많이 낯이 익은 여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반신반의하여 이름을 불렀다. 그녀였다. 3년 만에 보았지만 단아한 외모는 변함이 없다. 결혼했냐고 물었더니 아직 안 했다고 했다. 예전에 사귀던 남자와는 헤어졌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지는 않았고 이번에 승진을 했다며 한턱내겠다고 하여 저녁을 함께 했다.


그리고 갑자기 내게 여자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나는 싫다고 했다.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가 레코드가게 들아가서 선물을 주었다. 4 Non Blondes의 “What’s Up”이라는 노래가 실린 LP판이었다. 본인도 무척 좋아하는 곡이라고 했다. 그렇다. 그녀는 음악을 참 좋아했었다.






그리고 또 3년이 지났다. 퇴근 후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는데 그녀가 지나간다. 너무 반가웠다.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 녀에게 중학교 때 처음 보았던 소녀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어느덧 원숙한 여성의 냄새가 풍겨져 나왔다. 한동안 물끄러미 쳐다보며 내가 물었다.

“결혼했니? “


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대답했다.

“아니 너는?”


“했어”


잠시 짧은 정적이 흘렀다. 어색한 분위기가 될까 봐 내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

“너 이 동네 정말 오래 산다. 이사 안 가?”


“에효, 이제 나이도 먹고 이사가 기도 귀찮네”


내가 다시 말을 이었다.

“결혼 안 해?”


그녀가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글쎄....... 한 번은 해야 될 텐데. 하하하~”


그렇게 시간은 가고 있다. 소녀를 숙녀로, 숙녀를 원숙미가 풍기는 여성으로. 그날 우리는 꽤 오랫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서로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덕담도 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헤어질 무렵에 그 녀가 한마디 했다.

“야~ 우리 3년 후에도 둘 다 혼자면 결혼이나 할까?”


내가 대답했다.

"뭔 소리야? 악담하는 거야? 애가 둘이나 있는 유부남한테"


다시 그 녀가 말한다.

"왜? 요즘 갔다가 오는 사람 많잖아. 혹시 알아? 크크크 농담이다 농담~"


너스레를 떨며 농담까지 하는 여유가 있어 보여서 좋았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밝고 명랑한 그녀다.

나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결혼하면 청첩장 보내"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가족과 함께 놀러 간 강원도의 스키장에서 우연히 그 녀를 보게 되었다. 곁에 남자가 없고 아이들이 없는 것을 보아 결혼을 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친구로 보이는 한 여성이 옆에 있었다. 말을 붙여 보고 싶었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있어서 아는 척할 수는 없었다. 곤돌라를 타러 걸어가는 그 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다시 만나서 차를 한 잔 마실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어디서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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