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수난시대, 인지부조화

by JJ

아들의 수난시대

2011년 8월

아들 얼굴은 요즘 성할 날이 없다. 방바닥에 얼굴을 찧어 눈 두 덩이가 찢어지고, 책상 모서리에 긁혀 얼굴에 상처가 낫고, 이마를 냉장고 문에 부딪혀 퍼렇게 멍이 들었다. 얼마 전부터 뒤뚱 귀뚱 걸어 다니며 하루가 바빠졌다. 아들을 보고 있으면 그 행동들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르겠다. 내리사랑이라는 게 이런 의미일까? 아들은 역시나 오늘도 누나한테 맞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누나가 노는데 옆에 가서 자꾸 시비를 거니 안 그래도 까칠한 누나가 가만히 있겠는가? 당연히 폭력으로 응징한다. 그러면 아들은 울면서 엄마한테 기어간다. 냉정한 서열이다.



아들, 계속 기다

2011년 8월

우리 아들은 유난히 성장이 더딘 것 같다. 다른 아이들은 벌써부터 걷기 시작했는데 요놈은 아직도 열심히 온 방을 휘저으며 기어 다닌다. 기는 속도는 어찌나 빠른지 “빠르게 기기”대회가 있다면 아마 1등을 할 듯싶다. 딸이 깍쟁이 같다면 아들은 순둥이다. 누나에게 매일 구박을 받고 쥐어박히기도 하지만 그래도 누나를 졸졸 쫓아다닌다. 그런데 오늘은 딸이 아들을 세게 밀어서 아들이 방바닥으로 내동그라 지며 머리를 심하게 찧었다.


또 한차례 울음바다가 되었다.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횟수가 잦아지다 보면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방지해야 한다. 늘 사고는 괜찮겠지에서 발생한다. 방바닥에 날카로운 물건이 있거나 뾰족한 모서리 같은 곳에 머리를 부딪히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애 키우기 쉽지 않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딸을 혼내 보기도 하고 달래 보기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다. 딸아, 동생한테 잘해줘라. 동생이 크고 난 뒤 후환이 두렵지 않니?



인지부조화

2011년 8월

아들이 손바닥에 화상을 입었다. 커서 사회 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듯싶지만 흉터는 제법 남아 있다. 사고가 나던 날 밤 응급실로 향하며 터질 것이 터졌다는 생각에 아내에 대한 원망과 나에 대한 자책으로 마음이 안 좋았다. 아이가 기기 시작하니 위험 요소가 있는 물건은 아이의 손에 닿지 않은 곳으로 치우자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미쳐 치우지 못한 것이다. 솔선해서 치우지 못한 나도 책임이 있다. 마음속에서는 화도 났지만 아들이 사고 난 장면을 고스란히 목격하며 당황해하고 힘들었을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 보니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지금은 화를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빨리 응급조치를 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이고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고다. 사고를 막아야 한다. 사고는 한 방이다. 사고는 찰나에 일어나는 일이라 막을 수가 없다. 그래서 예방이 최선이다. 아이도 어른도 마찬가지다. “괜찮겠지?”는 다시 말해 괜찮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 괜찮치 않을 수도 있는 0.01%의 확률도 없애는 것이 예방이다.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예방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지부조화.

인지부조화란 말을 담배에 비유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를 피우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운다. 이것은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한 합리화를 시작한다. 담배를 끊으면 스트레스를 더 받아서 일찍 죽게 된다는 둥의 궤변을 늘어놓는다. 위험한 물건은 치워야 한다.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부터 아이는 터지기 직전의 시한폭탄 같은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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