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는 가끔 육아문제로 격론을 벌이곤 한다. 나는 아이를 자유롭게 풀어놓고 키우는 방목형 육아 스타일인데 아내는 주로 통제하고 규제하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 같다. 아내의 생각도 나의 생각도 틀린 것은 아닌데 그 생각의 간격이 커서 다툼까지 생기기도 한다. 엄마가 아빠보다 아이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아이를 더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 일수 있다.
물론 힘든 육아를 아내 혼자서 하고 있는 것이 안쓰러워 보일 때도 많다. 그래서 나도 퇴근 후에 지친 몸을 이끌고 졸면서까지 아이들을 돌보기도 한다. 아내가 힘든 건 알지만 조금만 더 아이들에게 부드럽게 대할 수는 없을까? 나도 아내처럼 전업주부가 되어 하루 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며 육아와 가사에 시달리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처럼 훈육이 안될 수도 있다. 아니, 아내 보다 더 못할 것 같다. 그래도 당신이 나보다는 나은 사람이지 않는가? 잠자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면 둘 다 안쓰럽다.
아빠도 엄마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아이로 자라주기를 바란다. 과연 우리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엄마는 밥을 주고, 옷을 빨아주고, 아빠는 밖에 나가서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사탕을 사주고, 가방을 사주고, 학습지를 시켜주고, 피아노를 가르치고....... 그것 이외에 어떤 노력을 하는가?
그런 것만으로 아이를 위해서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것은 어느 부모든 다 하고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책임과 사랑은 다르다. 부모에게 책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게 사랑도 줘야 한다.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행동들은 사랑보다 책임에 가까울 수도 있다.
책임감으로만 아이를 키운다면 부모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키워줄 곳은 많다. 아이를 마음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우리의 마음가짐이 바뀌어야 한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아이가 그렇게 자라고 있다는 것은 부모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특히 영유아 시기에는 부모의 영향의 절대적이다. 아이가 혼자서 그렇게 자란 것은 아니지 않은가? 더 많이 관심을 갖고 사랑해야 한다.
오늘 딸이 나에게 한 말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난감하고 황당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딸은 요즘 TV에서 유아 영어방송을 본다. TV화면에서 영어단어들이 나온다.
F, frog, 개구리
F, fork, 포크.......
유심히 보던 딸이 묻는다.
“아빠, 숟가락은 뭐야?”
멍하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내게 기습적으로 질문을 했다.
‘숟가락이 뭐였더라’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다. 난처한 이 상황을 딸에게 이해시켜야 했다.
“음..... 숟가락이 뭘까? oo 야, 아빠도 모르는 게 있거든 우리같이 책에서 찾아볼까?”
급히 스마트폰을 뒤지기 시작했다. 욕실에 씻고 있던 엄마가 큰소리로 딸에게 말했다.
“oo아 숟가락은 스푼이라고 해. 스푼~ 알았지?”
그렇다. 숟가락은 영어로 스푼이다. 딸에게 대답해 줄 수 있는 지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그래도 스푼은 모르는 단어는 아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