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다시 부르기, 추억 만들기

by JJ

나비야 다시 부르기

2012년 2월

어린이집에 다녀온 딸을 아내가 불렀다.

“OO야 오늘 아빠한테 노래자랑 한 번 해볼까? 자~ 여기무대위로 올라가 보세요.”


아내는 거실장 위로 딸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이름이 뭐예요?'

" OOO입니다."


" 몇 살이에요? 다섯 살입니다."

"자, 그럼 우리 나비야 한번 불러 볼까요?.”


매일 떼쓰며 울기만 하는 줄 알았던 딸이 제법 씩씩하고 똘똘하게 보인다. 이윽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예쁘게 율동까지 하니 내 딸이지만 너무 사랑스럽다. 노래를 열심히 부르고 난 후, 딸이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아빠! 이제 아빠도 한번 불러봐”


순간 당황했지만 평소에 자주 놀아주지 못하니, 이참에 노래라도 함께 불러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딸이 신이 나서 말한다.

“아빠! 여기 올라가야지”


엄마가 딸에게 했던 것처럼 거실장위로 나를 잡아 끈다.

‘노래 한번 불러주려고 했던 것인데. 거실장위까지 올라갈 생각은 없었는데......'


하지만 지금 와서 그만하자고 할 수도 없는 애매한 분위기가 되었다. 딸의 요구대로 거실장 위로 올라갔다. 딸이 다시 신이 나서 말했다.

“이름이 뭐예요?”

“OOO입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열심히 놀아주기로 마음을 굳혔다. 딸이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나를 응시한다. 하얀 이를 보이며 생긋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딸이 다시 내게 물었다.

“몇 살이에요?”


앗!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마흔 두......”


나이가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도 잊고 살았던 내 나이. 고민하고, 갈등하고 방황했던 청춘의 시간들이 어느새 지나가고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내게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중년이라는 나이. 딸 앞에서 열심히 나비야를 부르고 있는 내 모습이 행복하기도 하지만 낯설기도 하다. 딸의 행복이 나의 행복일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에게 지금 나비야를 부르는 일보다 더 중요하고 행복한 것은 없다.



추억 만들기

2012년 3월

다섯 살 딸과 두 살 아들이 노는 것을 보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딸은 매일 아들을 혼낸다. 자기 물건에 손을 대면 응징을 가한다. 아들은 맞으면서도 끝까지 그 물건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필사적이다. 맞아도 또 엉금엉금 기어가서 또 누나의 물건에 손을 댄다.


또 맞는다. 한 대가 아니라 누나의 분이 풀릴 때까지 여러 대 맞는다. 그 모습들이 안타깝지만 재밌기 도다. 강아지 두 마리가 뒹굴고 싸우며 노는 것 같다.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보고만 있어도 좋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보다. 그 표정, 그 눈빛, 그 행동, 옹알이...


봄을 알리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문득 우리 딸, 아들이 커서 학교에 들어가면 팝송 한두 곡 정도는 유창하게 불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영화도 많이 보면 좋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추억과 낭만이 있어야 한다.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소박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오늘이 지나면 모두가 추억이다. 오늘 딸과 아들과 보낸 시간도 내일이면 모두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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