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수록 명상의 시간은 필요하다. 바쁠수록 자신을 돌아보는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생각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는가?
모두 퇴근하고 넓은 사무실에 덩그러니 혼자 남아 우두커니 앉아있는 시간 말고, 아파서 찾아간 병원대기실에서 멍하게 기다리고 있는 시간 말고, 북적대는 은행에서 번호표 뽑아 놓고 기다리는 시간 말고, 온전히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기도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는가?
마흔이 넘으면 죽음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나 싶다. 벌써 그런 나이가 된 것이다. 실감 나지 않고, 인정하기 싫은 나이다.
“잘 지내니? 부모님은 건강하시고? 애는 잘 크니?”
이 간략한 인사한 마디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잘 지낸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 일이던가? 쇼펜하우어의 말대로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것이다.
김치가 먹고 싶다.
2012년 12월
요즘 아이들은 김장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 내가 어릴 적에 김장은 일 년 중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였다. 개미가 겨울에 먹을 양식을 준비하듯, 먹거리가 풍족하지 못했을 그때는 겨우내 먹을 김치를 한꺼번에 담가 겨울이 끝날 때까지 두고두고 먹었다. 김치로 많은 것을 만들어 먹었다. 김칫국, 김치전,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오늘 아내가 김치를 담갔다. 결혼 후 세 번째다. 오늘은 깍두기를 만들겠다고 한다. 하루종일 무를 썰고 고춧가루를 뿌리며 열심이다. 내심 많이 담그지 않기를 바랐다. 먹어보지 않아도 이미 비주얼에서 충분히 그의 솜씨를 짐작할 수 있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정성스럽게 김치를 만지작 거리며 비비고 버무리더니 드디어 김치가 완성되었다.
‘분명 나보고 간을 보라고 하겠지’
벌써부터 표정관리가 신경 쓰인다. 드디어 아내가 깍두기 한 개를 손으로 집더니 나의 입 속으로 넣기 시작한다.
“어때? 괜찮아?’
괜찮지 않다.하지만 대부분의 아빠들이 그렇듯이 세상에서 이렇게 맛있는 깍두기는 처음 맛본다는 듯한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아내에게 말한다.
“오! 정말 맛있는데? 역시 당신은 장모님 닮아서 손맛이 있어”
서둘어 간 보기를 마무리하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아내가 다시 나를 부른다.
“정말 맛있어? 그럼 주말에 어머니 좀 갖다 드릴까? 요즘 몸도 불편하셔서 김치 담그기도 힘드실 텐데”
‘음... 마음은 갸륵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아내의 밝고 힘찬 목소리를 들으니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잠깐 고민이 되었다. 긍정반, 부정반 애매모호한 대답을 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으응 어머니 집에 김치 많은 것 같던데 조금만 갖다 드리지 뭐”
결혼 전 요리학원도 열심히 다니며 요리를 배웠고, 요리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는 아내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훗날 우리 딸이 커서 엄마한테 김치 좀 담가 달라고 하면, 김치 정도는 담가주는 엄마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나의 말에 공감을 했던 모양인지, 노력하는 모습이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