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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Dec 14. 2023

훈육이란 무엇인가?

훈육이란 무엇인가?

2012년 10월

엄마와 딸은 매일 전쟁이다. 오늘도 딸은 강력한 푸닥거리 한판 후 잠이 들었다. 어디까지 들어주고 어디부터 제지를 해야 하는지 판단이 안 선다. 유아 관련 서적도 들춰 보고 강의를 통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어보지만 딱히 방법이 없다. 달래도 보고 호통도 쳐보고, 엉덩이도 때려보지만 소용없다. 다 안 된다고 할 수도 없고, 다 된다고 할 수도 없다.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인내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잘 구분해야 하는데, 그것이 상황에 따라 되기도 하도 안되기도 하는 경우들이 있다. 아무래도 아이를 다루는 스킬이 부족한 듯싶다.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알고 이해하고 있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항상 똑같은 상황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때그때 응용을 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데도 많은 기술과 응용이 필요하다. 심리전도 펼쳐야 하고 기선제압도 해야 한다.


예뻐해 주고 좋은 말만 해주고 웃기만 하는 아빠이고 싶지만, 그것이 진정 딸을 위하는 길은 아닌 것 같다. 규율도 알아야 하고, 떼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인지시켜야 하고, 위험한 행동은 안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말들 듣지 않으면 엉덩이를 때려서라도 고쳐줘야 한다. 바르게 잡아줘야 한다. 그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달래기도 해야 하고, 혼내기도 해야 하고, 싸우기도 해야 한다.


훈육이라는 것이 육아서에 쓰인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아이가 기계 매뉴얼도 아니고 그대로 적용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두 가지의 얼굴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좋을 때는 천사, 나쁠 때는 악마(?).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도 그렇다. 항상 좋을 수만은 없고, 항상 좋은 말만 할 수도 없다. 오늘도 엉덩이를 한 차례 때려주었더니 울다가 엄마 옆에서 잠이 들었다. 마음이 너무 안 좋다. 오늘은 내가 악역을 맡았다. 누군가는 악역을 해야 한다. 어찌 아이가 성인처럼 이성적이고 논리적일 수 있겠는가? 내가 딸에게 너무 아이 이상의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과연 좋은 아빠란 무엇일까? 아이가 해달라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주는 게 좋은 아빠는 아닐 것이다. 마음은 엉덩이 한대도 안 때리고 키우고 싶다. 하지만 부모의 역할이 그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좋은 모습만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 사람의 단점까지 포용하고 이해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매 순간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 키우기 쉽지 않다. 나는 이 정도의 아빠 밖에 되지 못하는 가 보다.


아빠는 딸하고 어떻게 하면 잘 놀아 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놀이 백과사전까지 사서 보고 있는데 우리 딸은 나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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