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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Jun 27. 2024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부모되기1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2012년 3월

경칩이 지났지만 날씨가 여전히 춥다. 패딩파카에 내의를 입고 출근을 했다. 딸은 어린이집에 다녀온 후 토하기 시작해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토하고 있다. 아들은 며칠째 콧물을 흘리더니 기침이 심해졌다. 아내도 기침으로 잠을 설친다.


식탁 위에 약봉지가 수북하다. 온 식구가 약을 먹고 있다. 평소 같았으면 그렇게 떼를 쓰며 놀아 달라고 했을 텐데, 딸은 아파서 말도 안 하고 누워 있다. 안쓰러워 못 보겠다. 요즘 아침에 일어나서 “나는 행복하다”라는 주문을 세 번씩 외친다.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행복은 오지 않는다. 그리고 건강해야 한다. 딸을 응급실로 데려가던 날 밤 나도 두통과 몸살이 무척 심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운전을 해도 될까? 걱정했는데 무사히 운행을 마쳤다. 이제 내가 아픈 것은 문제가 아니다. 내가 아프면 아이들을 돌볼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부모 되기 1

2012년 12월

쉽지 않았던 한 해가 가고 있다. 며칠 동안 지독한 몸살로 앓아누웠고, 귀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편도선염과 위통으로 고생했다. 12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마트에 갔는데 카트에서 떨어져서 며칠 동안 가슴을 졸이며 지냈다.


영유아들에게 일어나는 질병이나 사고의 대부분은 부모의 책임이다. 아이들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한순간도 방심해선 안된다. 딸을 키우면서 이미 경험했던 일이다. 감기 걸리지 말라며 5살 된 딸에게 옷을 따뜻하게 입고 마스크를 하고 나가라고 말했다. 


딸이 떼를 쓰며 옷을 얇게 입고 마스크도 하지 않겠다고 하며 그냥 나갔다가 감기에 걸렸다. 누구의 책임일까? 9개월 된 아들이 장염과 감기에 걸렸다. 누구의 책임일까? 불가항력인 일이 아니라면 대부분 부모의 책임이다. 그래서 더 속상하고 부모 노릇하기 힘들다. 


교육이나 훈육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이는 왜 이럴까? 하며 부모들은 아이 탓을 한다.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원래 아이들은 다 그런 것이다. 모두 다르고 그것이 정상이다. 혹시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 또한 부모의 책임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아이는 없다.


아이가 자기 의지로 그렇게 자란 것이 아니라, 부모가 그렇게 만들고 키운 것이다. 대부분은 부모의 훈육과 보호가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 아이를 흉보는 것은 자기를 흉보는 것과 같다. 매 순간 느끼는 것이지만 부모 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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