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반 걱정반
2010년 2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늘어 나는 기쁨만큼이나 걱정도 늘어난다. 딸은 특별히 아픈 곳없이 감사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한밤중에 분유가 떨어져서 거리를 헤매 다녔고, 새벽에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응급실을 찾아다녔다.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샤프심 한통을 다 먹어서 병원으로 달려갔고, 콧속에 구슬을 집어넣어 엄마 아빠를 애타게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방안에 잔뜩 늘어져 있는 책을 치울때, 퇴근 후 장난감 가게에 들러 장난감을 고르고 있는 내 모습을 볼 때 문득 아빠가 되어 있음을 느낀다.
온 방을 헤집고 다니다가 내 옆에 누워 잠든 딸을 볼 때 아빠가 되어 있음을 느낀다. 모든 부모의 마음은 같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인내 또 인내
2010년 3월
딸이 욕실에서 넘어졌다. 얼마전 바닥에 붙였던 미끄럼 방지제가 떨어졌던 모양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미끄럼 방지스티커를 사서 붙였다. 벽에 낙서를 해놓은 것이 보기 흉해 포인트 벽지를 사다 붙이 려고 했는데 아내는 그냥 놔두라고 한다.
아이 키우는 집에서 낙서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같은 현상을 보고도 아내는 자연스러워서 좋다고 하고, 나는 보기 흉하다고 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아내 말도 맞고 내 말도 맞다. 베란다와 책상정리를 하고 딸과 학교 운동장에 가서 미끄럼을 탔다.
집에 돌아와 동화책도 읽어주고 블록 쌓기도 하고, 퍼즐 맞추기도 했다. 요즘은 딸이 옳은 말을 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먹지 않던 고기도 오늘은 잘 먹었다. 잘 먹어주니 어찌나 고맙던지. 아이를 키운다는 건 인내의 연속이다. 울면 달래야 하는 인내, 먹지 않아도 먹여야 하는 인내, 아프면 간호해야 하는 인내, 놀아줘야 하는 인내.
힘들지만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면 늘 감사하다.
나는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