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되기Ⅱ
2010년 12월
오전 내내 딸은 유리병 안에 들어 있는 장난감 구슬을 달라고 떼를 쓴다. 유리병 안에 있는 구슬은 꺼낼 수가 없다. 몇 번을 타이르며 안 된다고 했지만 막무가내다. 너무 귀찮게 굴어서 잠깐만 놀게 하려고 유리병을 주었다. 10분쯤 지 났을까?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병이 깨졌다.
두께도 두꺼운 유리병인데 그렇게 쉽게 깨질지 몰랐다. 재빨리 유리조각을 주워 담고 걸레로 방을 닦고 또 닦았다. 티끌하나 없이 깨끗이 치웠고 다행히 딸도 다친 데는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다음날 아침에 방문을 열고 거실 쪽으로 걸어 나가는데 발바닥이 따끔하면서 무언가 살 속으로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어제 깨진 유리병 파편이었다. 꽤 통증이 있었다. 핀셋으로 유리조각을 어렵게 빼냈다. 딸이 밟지 않고 내가 밟은 것이 다행이다. 유리병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 살면서 원칙이나 룰의 중요성을 많이 느낀다. 사회생활을 할 때도 그렇고, 결혼 생활도 그렇고 아이를 키울 때도 그렇다.
아무리 사소한 것도 원칙을 어기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은 판단력이 떨어지기에 더 조심해야 한다. 오죽하면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라고 할까? 초능력을 발휘해서라도 아이들을 보살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데도 죽을힘을 다해서 보살펴야 한다.
1초도 방심하면 안 된다. 원인을 제공하는 순간 사고의 확률은 0.01%라도 생기는 것이다. 그 확률도 없애야 한다. 그것이 부모가 할 일이다.
무대포 정신
2010년 12월
대표는 내게 꼭 그래야만 했을까? 비열하다. 미치게 화가 난다.
"절대 흥분하지 말라. 싸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아는 자가 이긴다."
삶은 교과서에 쓰여 있는 것처럼 바르고 정직하게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일상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모두 교과서대로 살면 싸울 일도 없고 화낼 일도 없다. 법도 필요 없다. 가끔은 무대포정신이 필요하다. "미친개에게는 똥이 약"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몰상식적인 사람에게는 상식적으로 대하면 안 된다. 너무 고상하게 살 필요 없다.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못 참아도 문제지만 너무 참아도 문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애써 자비를 베풀지 말자. 순둥이로만 살아서는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 호구의 삶 밖에 되지 않는다. 관계는 항상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직장생활, 부부, 연인, 부모와 자식 다 마찬가지다. 전략이 필요하다. 공격과 방어가 필요하다.
사장은 사장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모두 할 말은 많다. 너무 또렷하고 완벽하려고 하지 말자. 실패도 성공도 인생의 부분이고 잠깐의 과정일 뿐이다. 서두르지 말자, 그러나 쉬지도 말자. 공식은 언제나 같다. 열심히, 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