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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Aug 09. 2024

산타는 어디에, 가나다아바파, 아내는 빨래왕

산타는 어디에

2012년 12월

아이들은 여기저기 아프며 잘 자라고 있다. 이번에는 감기가 골치다. 딸은 두 달 넘게 감기가 낫지 않고 있다. 자다가 일어나 토하며 기침하는 딸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 아들은 갑자기 열이 나서 응급실에 다녀왔다. 40도가 넘는 고열이다.


첫째 딸을 키우면서 웬만한 일들은 한 번씩 겪어 보았으나 여전히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5년간 딸과 아들을 키우면서 병원을 찾은 횟수가 내가 평생 살면서 다닌 병원 횟수의 열 배는 넘는 것 같다. 건강하고 무탈하다는 것에 늘 감사해야 한다.


어제는 크리스마스였다. 이렇게 크리스마스가 덤덤하게 지나간 경우는 처음이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이지만 재미를 찾아야 한다. 어릴 때는 산타가 찾아오지만 성인이 되면 우리가 산타를 찾아 나서야 한다. 산타는 우리 마음속에 늘 있어야 한다.



가나라다 아바파

2012년 12월

딸은 이제 조금씩 한글을 읽는다. 한글 자석놀이를 사주었더니 아주 좋아한다. 가나다라마바사를 따라 해 보라고 했는데 영 신통치 않다. 조기 영어교육 열풍으로 영어까지 능숙한 게 읽는 아이들도 있지만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만으로 항상 감사하다.


아들은 무척 점잖게 논다. 배만 고프지 않게 하고 사람만 옆에 있으면 혼자서 잘 논다. 어지간해서는 우는 법도 없다. 그리고 누나가 하는 모든 행동들에 관심을 갖고 흉내를 낸다. 누나를 하루종일 졸졸 쫓아다닌다. 딸은 아들을 깨물고, 꼬집고, 때리며 잠시도 가만두지 않는다.


아무 이유 없이 동생을 툭툭 치며 울린다. 얼마 전에는 자기가 보고 있는 책을 동생이 만진다며 책으로 사정없이 동생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래도 아들은 누나가 좋다고 졸졸 뒤를 쫓아다닌다. 이것이 핏줄인가 보다.



아내는 빨래왕

2012년 12월

아내는 빨래를 정말 열심히 한다. 내가 보기에는 더럽지 않은데 일단 아내의 레이더망에 걸리면 가차 없이 세탁기로 들어간다. 심지어는 하루도 안 입은 옷이 빨래통으로 들어간다. 물론 아내의 기분에는 더럽다고 생각되어서 빨았겠지만 말이다.


자주 빨면서 깨끗하게 빨아야 한다는 강한 소명의식도 있는 가보다. 깨끗한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지만 때론 아내가 너무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집안일에도 중요한 순서가 있을 텐데, 빨래에 올인하다 보면 더 먼저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집안일이라는 게 끝이 없으므로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하고 가벼운 일들은 천천히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다섯 살 된 딸과 12개월 된 아들을 동시에 돌보면서 빨래도 하려면 초인적인 멀티플레이어가 되긴 해야 한다.


가사도 지능적으로 해야 한다. 확실히 가사는 잘해야 본전이다. 육아의 적정 티오(TO)는 두(頭) 당 한 명씩이다. 한 명이 두 아이를 본다는 것은 집중력이 분산이 돼서 안전상 위험할 수 있다. 두 아이를 돌보면서 가사까지 하는 것은 표창장을 받을 일이다.


기저귀도 갈아줘야 하고 안전에도 신경 써야 하고 놀아줘야 하고 먹여줘야 한다. 전투력을 골고루 분산해서 적시적소에 사용해야 버텨낼 수 있다. 그것이 나도 살고, 아내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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