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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Aug 17. 2024

살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

살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

2014년 4월

오랜만에 어머니를 뵈러 가려고 지하철을 탔다. 개찰구를 지나 승강장으로 내려가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벽면에 걸려 있는 액자에 문구가 하나 보였다.


“당신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입니까?”


어떤 대답이 쓰여 있었을까?

아무것도 모르던 초등학교 시절?

모든 게 신기했던 중학교 시절?

낭만이 있었던 가득했던 고등학교 시절?

자유와 열정이 있었던 대학교 시절?


아니다. 액자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바로 지금”


누가 내게 같은 질문을 하면 나도 같은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똑같은 대답은 아니더라도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 하나를 꼽으라면 아내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외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일이 없다. 부끄러운 인생이다.


그래서 지금도 매 순간이 소중하다. 과거에도 잘한 것이 없고, 앞으로도 뭔가 특출 나게 살 자신이 없기에 지금 아이들과 함께 있는 평범한 시간들이 소중하다. 딸아이 교육에 관해 아내와 이야기하는 것도,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도, 자전거를 사줘야 하는 날짜를 정하는 것도 소중한 시간들이다.


흘러 보내기엔 아까운 시간들.

좋은 추억을 만들며 살고 싶다. 힘들었던 기억도 잊으면 안 될 것 같다. 지금이 최상은 아니지만 최악도 아니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마음만 먹으면 행복 지는 것 같다.


요즘도 힙합은 천하고 클래식은 우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의사와 판사만 훌륭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예전에는 그랬던 것 같다. 뭐든지 두 가지로 나누었다. 우등한 것과 열등한 것으로 나누었다.


인간관계도 우리 편이 아니면 적군이고, 음악도 문학도 그랬던 것 같다. 지금도 연예인을 “딴따라”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을까? 시, 소설만 문학인가?  동요도 훌륭한 음악이고, 화장실 벽에 쓰여 있는 낙서도 모으면 문학이다. 중요한 것은 테크닉 보다 열정이 아닌가 싶다. 예술도, 삶도.


귀에 이어폰도 꼽고 마크 앤서니의 “I Need To Know”를 들으며 걸었다. 싼타나의 "Smooth"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라틴팝이다. 애절하고 구슬픈 멜로디가 참 좋다. 음악이란 정말 훌륭한 예술이다. 노래 한 곡으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하고 목슴을 구하기도 한다.


정말 대단한 힘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예술가들은 훌륭하지만 특히 음악인들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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