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딸과 함께 뒷동산으로 나들이를 갔다. 하얗게 피어 있는 아카시아꽃을 보며 딸이 내게 말했다.
“아빠, 저 꽃 따 줘”
꽃은 내가 양팔을 뻗어도 손에 닿지 않을 만큼 높은 곳에 있었다.
“OO야, 꽃이 너무 높은 곳에 피어서 아빠도 꽃을 딸 수가 없을 것 같아”
잠시 후 딸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아빠, 시금치랑 당근 먹고 키 커지면 꼭 따 줘야 해”
시금치와 당근은 딸이 편식이 심해서 아내가 딸에게 꼭 먹이려고 하는 음식 중 하나다. 딸의 말처럼 나도 시금치를 먹어서 키가 크고 튼튼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12년 4월
요즘 딸은 퍼즐 맞추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이제 제법 어려운 퍼즐도 잘 맞춘다. 퇴근하면 어김없이 퍼즐을 맞추자고 졸라댄다. 아이랑 놀아준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많은 노력과 정성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이는 자기와 놀아주면 자기를 사랑한다고 느끼는가 보다.
사실 부모들은 대충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사랑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책임을 다하는 것과 사랑을 주는 것은 다르다. 부모의 중요한 책임 중 하나가 사랑을 듬뿍 주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제일하기 싫었던 게 조각 퍼즐 맞추기였다. 힘들고 귀찮아서 하기 싫어했던 것 같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아무 쓸데도 없는 조각 퍼즐 맞추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 딸은 하루하루가 다르다. 이제 말로는 못 당할 지경이다. 표현도 좋고, 표정도 다양하다. 퇴근 후 집에 오면 내 손을 씻겨 주겠다고 한다. 본인이나 잘 씻으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