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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Sep 11. 2024

나의 애송시 2

우리 시대의 역설(The Paradox of our Age)

우리 시대의 역설(The Paradox of our Age)

-무어헤드-


건물은 더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고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라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 너무 적게 웃고
너무 빨리 운전하고 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
너무 많이 마시고 너무 많이 피우며
너무 늦게까지 깨어 있고 너무 지쳐서 일어나며
너무 적게 책을 읽고, 텔레비전은 너무 많이 본다
그리고 너무 드물게 기도한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

말은 너무 많이 하고 사랑은 적게 하며
거짓말은 너무 자주 한다
생활비를 버는 법은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고
인생을 사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은 상실했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다
외계를 정복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안의 세계는 잃어버렸다

공기 정화기는 갖고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되었고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을 부수지는 못한다
자유는 더 늘었지만 열정은 더 줄어들었다
키는 커졌지만 인품은 왜소해지고
이익은 더 많이 추구하지만 관계는 더 나빠졌다
세계 평화를 더 많이 얘기하지만 전쟁은 더 많아지고
여가 시간은 늘어났어도 마음의 평화는 줄어들었다

더 빨라진 고속 철도 더 편리한 일회용 기저귀
더 많은 광고 전단 그리고 더 줄어든 양심
쾌락을 느끼게 하는 더 많은 약들
그리고 더 느끼기 어려워진 행복.


-미국 밥 무어헤드 목사의 <우리 시대의 역설>중에서-



아마 2000년대 초반쯤 이 시를 읽었던 것 같다. 마치 미래를 예견이나 했던 것처럼 2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큰 공감이 되는 시다.  저 시(詩)가 처음 쓰였을 때는 스마트폰도 없었고, SNS도 없었고 유튜브도 없었다. 내비게이션도 전기차도, 반려견, 반려묘라는 말도 없었을 때였다.


스타벅스도 없어서 밥 만 먹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마셔야 하는 시대다. 반지하에 살아도 2억 원이 넘는 포르셰를 몰고 다니는 시대다. 행복의 기준이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납득하기 힘든 것들도 많다. 앞으로 세상은 편리하게 발전하고 변할 텐데 또 얼마나 행복의 기준들이 바뀔까?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편하다고, 세상이 좋아진다고, 돈이 많다고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때는 돈이 없으면 낭만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돈도 낭만도 없는 시대인 것 같다. 진짜 행복은 어떤 것인가? 생각하게 만드는 시(詩)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행복의 정의와 가치관을 심어 주는 것도 부모의, 어른의 중요한 책무가 아닐까 싶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다른 것이 모두 인정돼야 할 이유는 없다. 때론 다른 것이 틀린 것일 때도 있다. 틀린 것을 다른 것으로 포장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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