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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Jul 31. 2024

in 나주(Naju)

여행은

사람을 쉬게 하고

사람을 생각하게 하고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



한강에서 수 천명이 모여서 멍 때리기를 하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니다. 또 하나의 일거리를 만드는 것 일뿐. 멍 때리기 순위 경쟁이 진정한 "멍"이 될 수 있을까? 신종 노가다 일 뿐이다. 진정한 멍은 일부러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만히 있게 되는 것이다.



"그때는 정말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어"


아내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졌다. 전망 좋은 숲 속 벤치에 앉아 한참 동안 아내의 한풀이를 들어야 했다.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의 마음이 진정 되었는지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대체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아내가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할 동안 나는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아내를 위로하지 못해서일까?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나는 아내의 마음을 잘 위로해 줄 수 있을까?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바로잡지 못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그러면 빠르게 포기하는 것만이 현명한 방법일까?


가만히 있으면 모든 것이 나의 잘못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한 마디 했다.


"나는 가해자고 당신은 피해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나도 그때 너무 힘들었어"



어머니(장모님)는 즐겁고 고맙다는 말씀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하셨다. 그렇게까지 고마워하시지 않아도 되는데..... 지금껏 너무 해 드린 것이 없는 사위여서 버킷리스트로 나들이 한 번 한 것일 뿐인데...... 연신 고맙다는 말씀에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커졌다.


"그동안 얼마나 사위가 못했으면...."


어머님들의 화법은 다 비슷하다.

"빠쁜데 오지 마"

"뭘 쓸데없이 이런 걸"

"뭐 하러 비싼 데서 먹어"

"나는 생선머리가 좋아"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고 키우다 보니 그 말들에 공감이 간다. 우리 집도 치킨이 오면 닭다리는 아들과 딸에게 양보를 하게 된다. 실제 내가 닭다리를 먹는 것보다 아이들이 닭다리를 먹는 것이 더 기쁘다. 그것이 부모다. 내게 이제 부모는 장모님 밖에 없다.


장모님은 여든다섯이 넘은 연세에도 소일거리를 하신다. 장모님은 살아있는 인생 교과서이고 자기 관리의 끝판왕이다. 그리고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장모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 괜히 힘든 척하는 것은 아닌가?"


나주 여행 중에 찍은 복실이? 더운데 고생이 많다. 개는 마당에 있을 때 가장 사랑스럽다. 사람은 사람집에 개는 개집에.


장모님 덕택에 평생 올 일 없던 나주 여행을 다녀 왔다. 얼마 전 다녀왔던 베트남 다낭여행이 최악의 여행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내 생에 최고의 여행 Best 3중 한 곳이 될 듯하다.

땡큐 장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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