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농장에 다녀왔다. 농장에 도착한 지 2시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평상에 앉아 빵을 먹으며 커피를 마셨다. 열심히들 땅을 고르고 물을 준다. 편의점에 신상 커피가 나와서 먹어 보았는데 맛이 이상했다. 한약을 먹는 기분이다.
한 모금 먹고 더 이상 먹지 못했다. 이런 맛이 있다니..... 역시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참 무서운 것이다. 편의점 스타벅스 카페라테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 농장은 언제나 옳다.
잡초가 많이 자랐다. 밭갈이를 하고 불과 며칠 지났는데 풀이 이렇게 무성하게 자랐다. 2시간 동안 열심히 잡초를 뽑았다. 잡초는 물도 안 주고 비료도 안 주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엄청나게 잘 자란다. 그래서 잡초 같은 생명력이라는 말을 하나 보다. 아무리 뽑아도 금방 또 자란다.
덥지만 날씨는 좋다.
스멀스멀 가을이 오고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
결혼하고 나서 2년쯤 되었을까? 아내에게 "개인주의자"라는 말을 들었다. 개인주의가나쁜 의미는 아닌데 마누라에게 들으니 유쾌하지는 않았다. 돌려 까기 스멜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실이었다.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다소 까칠했던 나의 인격. 그때는 그랬나 보다.
농장 옆에 있는 마트에서 커피와 빵을 사서 나오는데 주차장에서 어느 아주머니가 다가온다. 차에 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당황하여 도움을 청했다. 시동을 껐다가 켜고 기어를 변속하고 이것저것 만지작거렸더니 핸들이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연신 고개를 꾸벅이며 감사하다고 했다. 보험 회사에 전화를 해서 견인을 요청하려던 참이었다고 한다. 도움이 되었다니 기분이 좋았다. 잡초를 뽑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참 보람된 일이고 가치 있는 일이다. 내가 20대였다면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 다른 사람한테 좀 물어보시지... 나도 바쁜데.... 귀찮게....."
나이를 먹었다고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자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공익(公益)적으로 살고 싶다. 젊을 때는 공익이나 저출산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앞으로는 더 많이 이해하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삶이고 싶다. 안 밖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