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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Oct 18. 2024

오랜만의 나들이, 개미와 베짱이

오랜만의 나들이

2014년 5월

오랜만에 나들이를 갔다. 딸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다. 회전목마를 탈 때부터 떼를 쓰기 시작하더니 나들이 내내 엄마, 아빠를 귀찮게 한다. 비눗방울을 사달라, 모자를 사달라, 풍선을 사달라, 요구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들이를 끝내고 집에 돌아올 때는 자동차 안전벨트의 안전장치를 풀어달라며 생떼를 부린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디까지 되고, 어디까지 안된다고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어른인 나도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있다. 결국 딸은 울다가 지쳐 잠이 들었다. 부모는 아이가 왜 떼를 쓰는지 잘 관찰해야 한다. 모든 떼는 원인이 있다고 한다. 부모의 기준으로 떼가 타당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딸은 이제 한글을 제법 읽는다. 자기 이름을 쓰기도 한다. 참 기특하다. 그리고 딸은 이제 예쁘다는 것을 안다. 핑크색을 좋아하고, 바지보다 치마를 자주 입겠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을 옷을 입었다 벗으며 온 방을 어지럽혀 놓는다.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는 딸이 항상 고맙고, 감사하다.


개미와 베짱이

2014년 5월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항상 딸과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아빠와 딸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 적은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법이 잠들기 전에 가능하면 많이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쉽지는 않다. 아이들이랑 하는 모든 일은 쉽지 않다. 늘은 딸에게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OO야, 옛날에 개미와 베짱이가 살았는데, 개미는 여름에 열심히 일을 해서 겨울에 먹을 양식이 많았대. 그런데 베짱이는 여름 내내 나무 그늘에서 바이올린만 켜며 놀았다지 뭐야. 그래서 겨울이 되었는데 먹을 양식이 없어서 너무 힘이 들었대. 너무 춥고 배가 고파서 개미한테 먹을 양식도 빌리러 다니면서 베짱이는 무척 슬펐대. OO는 베짱이가 좋아? 개미가 좋아?”


딸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베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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