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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Nov 07. 2024

지하철에서

지하철에서

2011년 9월

출근길 지하철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고개를 돌리기 힘들 정도로 비좁은 틈에 끼어서 목각 인형처럼 우두커니 서 있다. 옆 사람의 숨소리까지 들릴 만큼 비좁다. 그 좁은 틈에서 타블로이드판 일간지를 꺼내 들고 신문을 보는 사람도 있다. 지하철이 자기 집 안 방인 줄 아나 보다.


오늘은 뒤에서 어떤 남자가 심하게 등을 떠민다. 10여 분 동안 나의 등을 밀면서 자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나도 오기가 생겨 등으로 살짝 밀어 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더욱 세게 밀어붙인다. 회사까지는 아직 세 정거장이 남았다. 내리기 전에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이나 보려고 슬쩍 쳐다보니 태블릿 PC로 정신없이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혼잡한 지하철에서 그대가 그토록 안간힘을 쓰며 공간을 확보하려고 했던 이유가 태블릿 PC로 게임을 하려 고 했던 이유이신가? 

 에라이~




그리고 13년이 지났다. 

몇 년간 차로 출퇴근을 하다가 다시 지하철을 타기 시작했다. 20대 때부터 수십 년 동안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역시나 만만치 않다. 조금 달라진 풍경이 있다면 내가 20대 때는 젊은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지금은 중, 장년층의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지하철 진상들도 여전하다. 북적대는 지하철을 타다 보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는데 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을 가끔 본다. 시비가 붙는 경우도 있다. 괴박한 젊은 여자의 무례함, 괴팍한 아줌마의 괴성, 괴팍한 할아버지의 욕설.


어찌 보면 북적대는 지하철을 타고 일을 하러 가는 것도 행복일 텐데 말이다. 우리가 고생이라고 말하는 그런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행복의 대상이고 부러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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