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가 고마운 친구

D+236

by 소피

노엘이는 하루 차이 친구가 있다. 8월의 열대야가 지속되어 잠을 설치던 어느날, 새벽 3시에 양수가 터졌고 아침 7시에 노엘이가 태어났다. 같은날 오후 나의 오랜 친구에게도 진통이 왔고, 다음날 아침 꼬미를 낳았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서로의 일상과 꿈, 고민 등을 공유해온 친구이다. 일부러 맞춘 것처럼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인생의 단계를 같은 시기에 겪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는 20년 우정을 넘어 전우애까지 쌓아가고 있다.


우리집과 꼬미네는 차로 15분 정도 거리이다. 꼬미네가 우리집에 온 적도, 나와 노엘이가 꼬미집에 간 적도 몇번 있었다. 오늘은 서로의 집이 아닌 카페에서 만나보자고 약속한 날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바깥에서 만나는 날이었다. 검색해보니 좌식 카페가 있었다. 한옥 건물에 좌식 자리가 몇 자리 있는 운치 있는 곳이었다. 아기들을 눕혀 놓을 수 있겠다 싶어 약속장소로 정했다.


약속시간은 카페가 오픈하는 아침 11시였다. 눈 뜨자마자 노엘이 낮잠 스케줄과 이유식 스케줄을 점검했다. 평상시 루틴이 무조건 어긋날 것이라 가정하고 대처방안까지 생각해보았다. 다행히 노엘이는 최적의 시나리오에 맞게 따라 주었다. 오늘따라 웬일로 긴 낮잠을 자주었다. 노엘이가 깨자마자 기저귀가방을 챙겨 나섰다. 약속시간에 늦지도 않았고, 첫번째 손님으로 들어와 좌식자리도 무사히 앉을 수 있었다. 푹 자고 일어난 노엘이의 상태도 좋았다. 이렇게 때가 잘 맞으니 개운한 마음으로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노엘이와 꼬미는 바닥에서 뒤집고, 되집고, 배밀이를 하거나 장난감을 쥐고 흔들며 놀았다. 나와 친구는 눈은 아기를 좇으면서 서로 소소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중간에 꼬미가 노엘이 얼굴을 만지려 하면 친구가 막았다. 노엘이가 꼬미가 물고있는 쪽쪽이를 탐내면 내가 막았다. 서로 조심하며 막아주긴 했지만 사실 놔뒀어도 상관없어 할 것을 알았다.


중간에 친구가 화장실에 간 사이 새로운 손님이 왔다. 우리 자리 맞은편 테이블에 자리를 잡으셨는데 한 분이 놀란 듯 외치셨다.

"어머, 여기 아가가 있어."

일행은 7분 정도 되는 아주머니들이었다. 한명씩 아기를 궁금해하며 다가 오셨다.

"아가 좀 봐도 될까요?"

"네. 괜찮아요."

아기들의 관심을 끌어주신다면 엄마는 그저 감사하다. 아기와 외출을 하면 아기와 놀아주고 싶은 타인이 다가와주곤 한다. 내 입장에선 혼잣말로 놀아주기를 쉴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친구가 자리를 비운 탓에 쌍둥이냐, 연년생이냐 논란이 일었다. 꼬미와 노엘이는 성장단계는 비슷하지만 외형상 차이가 많이 나서 헷갈리실 만했다. 노엘이가 조산으로 태어나 작기도 하고, 머리 숱이 유독 없어 더 아기같아 보이는 면이 있었다. 반면 꼬미는 머리숱이 풍성하고 형아처럼 보이는 아가였다. 잠시 후 친구가 돌아오자 논란이 일단락 되었다. 아주머니들이 기분 좋게 물러 가시고 한 분만 다시 오셔서 보리빵을 주고 가셨다. 아기들을 예뻐해 주신 것만도 감사한데 베풀어주시는 마음에 행복한 따스함까지 받았다.


우리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카페에서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제 노엘이와 꼬미 둘 다 낮잠을 자야 했다. 집에 가야 하나 생각하니 아쉬움이 세게 몰려왔다.

"친구야, 나 너 집에 따라가도 돼?"

"응, 당연히 되지!"

나는 기쁜 마음으로 친구 차를 따라 달려갔다. 친구집에 가는 길에 노엘이와 꼬미는 약간의 낮잠을 잤다. 주차장에서 나는 노엘이를 깨우지 않게 조심스레 차에서 내렸지만 안타깝게도 집에 뉘이기 전에 깨버렸다. 꼬미도 차에서 내리자 잠이 깨어버렸다. 그렇게 꼬미집에서 노엘이와 꼬미는 서로 옹알이도 하고 쪽쪽이나 장난감도 바꿔가며 함께 놀았다(정확히는 각자 놀되, 서로를 마주하며 놀았다.)


이날 나는 노엘이가 용쓰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했다. 며칠 전 통화에서 꼬미가 용을 쓴다고 들었는데 그 다음날부터 우주가 용쓰기를 시작했었다. 친구는 이유식 입자 크기를 물어봤고, 나는 분유빵 만드는 법을 물어봤다. 서로 복직은 어떻게 할지, 아기 잠은 잘 자는지, 자기주도 이유식은 해야하는지 등 얘기를 나눴다. 계속해서 얘기 나눌 새로운 주제가 나왔고, 이야기가 끊어질 틈이 없었다. 같은 개월수의 아기를 키우다보니 더더욱 공유할 이야기가 많았다.


저녁 5시가 되어서야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유난히 짧은 하루였다. 헤어지자마자 또 언제 다시 만날까를 생각하게 된다. 마음은 내일 바로 다시 만나러 가고 싶다. 또 조만간 만나러 갈 것 같다. 원래도 그냥 고마운 친구인데 함께 육아를 헤쳐나가는 시기를 공유할 수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친구야, 오늘도 수고했고 앞으로도 고생하자. 엄마가 된 우리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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