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먹는 노엘이

D+236

by 소피

와앙. 오밀조밀 작은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숟가락을 향해 정신없이 돌진해온다. 사냥감을 낚아채는 포식자가 연상된다. 입 안 가득 이유식을 크게 한입 받아먹는다. 작은 입자로 갈린 이유식은 입 안에 들어가자마자 사라진다. 노엘이는 다시 입을 크게 벌린다. 초기에는 숟가락을 향해 올 때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왔다. 그러면 볼이나 코 끝에 이유식 입자가 묻었다. 이유식을 가득 묻히고 오물거리는 입을 뿌듯하게 바라보곤 했다.


노엘이의 아기의자는 세탁기가 잘 보이는 위치에 있다. 먹이는 중에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으면 멍 때리며 바라보기도 한다. 그때는 아무리 불러도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세탁기멍을 충분히 할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5~10초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종종 손가락이나 방수턱받이를 열심히 먹느라 흐름이 끊기기도 한다. 그때도 기다려주어야 한다. 어느 정도 기다렸다가 "노엘아, 아! 아~." 하고 두세번 부르면 물었던 것을 빼고 입을 벌려준다.


딴짓을 하는 시간도 귀엽지만 사실 노엘이는 밥에 아주 집중하면서 식사하는 편이다. 시선은 주로 숟가락이나 밥그릇에 고정되어있다. 앙증맞은 몸통은 하네스가 팽팽해지도록 앞으로 빼내밀고 있다. 밥을 먹이다가 방심하면 숟가락이나 밥그릇이 노엘이 손에 닿는다. 그러면 꽉 쥐고 잡아댕기면서 입을 갖다 댄다. 마중나온 입이 밥그릇마저 먹을 기세이다. 먹으려는 강한 의지가 기특하고도 웃기다.


노엘이는 초반부터 이유식을 잘 받아 먹었다. 잘 먹기에 간격을 두고 10g씩 먹는 양을 늘려왔다. 230일경이 되자 한번에 먹는 양이 150g이 되었다. 어디까지 양을 늘리는 걸까 궁금해져서 이유식 책을 찾아보았다. 중기이유식 기준으로 80~150g을 2회씩이라고 가이드라인으로 적혀있었다.

'우리 노엘이는 최대치로 먹고 있구나.'

잘 먹는 편이라고 확인하니 괜스레 기분이 좋다. 노엘이는 일찍 태어나 유난히 팔다리가 가늘었다. 줄곧 나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노엘이를 잘 먹이는 것이었다. 수유만 할 때는 먹는 양이 적은 편이었다. 6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하고 밥 잘 먹는 아가로 키우려고 으샤으샤 힘을 냈다. 적게 먹는 아가에서 나름 많이 먹는 아가로 등극하니 뿌듯하고 기쁘다.


오늘도 이유식 큐브를 한가득 설거지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조리도구, 이유식 용기, 큐브, 반찬통 등등 일반 요리할 때보다 설거지가 많이 나온다. 게다가 만드는 과정도 일반 요리보다 품이 많이 든다. 그걸 아는지 노엘이가 참 예쁘게 받아 먹어 준다. 덕분에 또 새로운 큐브를 만들 힘이 난다. 내일은 연근을 처음 먹여보려 한다. 개인적으로 연근 반찬을 좋아하는데 노엘이도 맛있게 먹어주면 좋겠다. 언젠가 내가 만든 연근조림을 먹어 주겠지. 우리 세 가족이 함께 식사하며 같은 반찬을 공유하는 날을 그려본다. 오늘따라 노엘이가 빨리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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