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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이가 227일 차에 처음 엎드려뻗쳐 자세를 했다. 나날이 빈도를 높이더니 어제오늘은 뒤집기만 하면 엎드려뻗쳐를 한다. 2초, 3초 버티다가 내려오고 바닥에 배가 닿자마자 다시 시도한다. 그렇게 수십 번을 하는 것 같다. 8개월 차 아기 근육이 이렇게 힘이 좋을 줄이야. 이러다가 기어 다니겠구나 상상하면서 노엘이의 고군분투를 지켜본다.
엄마인 나도 운동이 필요하다. 집에만 있어야 하는 형편을 핑계로 대다가 운동기구를 샀다. 한동안 운동을 했지만 지금 운동기구에는 먼지만 앉고 있다. 시간이 없다든지, 육아로 지쳤다든지 여러 가지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힘들어서 운동하기 싫다. 노엘이는 요즘 힘들다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계속해서 엎드려뻗쳐를 한다. 노엘이를 보며 동기부여를 받았다. 오늘부터 다시 운동 1일을 시작했다.
아기를 보면서 받은 동기부여는 더 강력하다. 내 자식 앞에 존경할 만한 어른이 되고 싶다. 내 부모님이 존경할 만한 어른이라는 점은 자신감을 갖게 한다. 개인적으로 사춘기 시절 부모님이 내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갈등을 겪었다가, 내 상상만큼 완벽하지 않아도 훌륭한 점이 많은 분들이라는 것 깨닫고 성장한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하굣길, 책가방을 메고 느린 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면서 철학적인 고민들을 많이 했다. 존재에 대해, 생명에 대해, 우주에 대해 각종 질문을 던지면서 생각이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곤 했다. 그런 고뇌와 상상의 일부로 내 친부모님은 왕족이라든지, 나는 사실 이세계에서 넘어왔다든지, 어떤 형태로든 나는 매우 특별한 사람일 거라는 상상도 있었다. 현실의 부모님은 무슨 수를 써도 상상 속의 멋진 이미지를 충족할 수 없었고 나는 홀로 실망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고 죄송한 얘기지만 그땐 꽤나 진지했었다.
노엘이에게도 그런 시기가 오겠지. 아이는 아마 실망하겠지만 그래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을 때, 엄마의 멋진 부분들을 많이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끊임없이 엎드려뻗쳐를 하는 노엘이를 보면서 나도 꾸준히 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해 나갈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