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71

by 소피

아침에 눈을 뜨면 노엘이에게 수유를 하러 간다. 6시 30분 엄마는 아직 잠이 필요한 시간이다. 수유 후 노엘이 옆에 누워 선잠을 잔다. 노엘이는 그동안 내 배를 짚고 일어서기 연습을 한다. 그러다가 내 몸을 넘어다니기도 한다. 오른쪽 왼쪽 왔다갔다. 이렇게 짚고 일어나기 연습만 하루 종일 하다가 저녁이 되는 요즘이다.


노엘이가 짚기 좋은 높이의 사물들이 몇 가지 있다. 엄마, 아빠, 아기의자, 걸음마보조기, 그리고 내 운동기구이다. 산후 다이어트를 위해 큰맘 먹고 천국의계단이라 불리는 운동기구를 샀다. 검정 발판 위에 먼지가 쌓이면 내 죄책감도 쌓이고 그러다가 죄책감이 일정 수치를 넘어서면 한번씩 기구 위에 올라서곤 한다. 그렇게 나는 주 1회 정도 이용중인데 노엘이는 주 7회 이용중이다. 천국의 계단 지지대가 대각선으로 시옷 모양을 하고 있어서 아기가 일어서기 위해 짚기에 좋은 모양을 하고 있다.


노엘이는 평소처럼 천국의 계단을 짚고 일어서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잠시 후 '쿵'소리가 크게 들렸다. 평소보다 더 아픔이 예상되는 소리였다. 바로 돌아보니 노엘이가 강철 지지대에 이마를 찧었다. 머리쿵헬멧을 쓰고 있었기에 안심했는데 헬멧을 비켜서 맨살에 찧어버렸다. 놀라서 후다닥 안아줬는데 울음이 터져서는 오래 울었다. 바닥에 부딪히는 일은 자주 있지만 거의 무표정으로 넘어가곤 했다. 헬멧을 씌워놔서 안심하고 넘어갔는데 이런 일이 생겨버렸다.


노엘이를 진정시키고 한참 시간이 흐르자 붉은 이마가 푸르스름해지기 시작했다. 멍이 들만 했다. 어른도 그렇게 부딪히면 아프고 멍이 드는데 연약한 아기 피부에 푸른 멍이 들었다. 노엘이는 아픔을 잊고 다시 웃고 놀고 있는데 괜히 더 애잔하다. 이번 사고와는 별개로 이번 주 중에 운동기구를 옮길 생각이었는데 옮기고 나면 방문을 닫아서 못 만지도록 해야겠다(대신 엄마가 주 7회 이용해줘야겠지...)


아기의 회복력이 놀라울 정도라 저녁에 멍이 흐릿해지기는 했다. 강철에 찧은 멍인데 하루만에 흐려져서 미안한 마음의 묵직함도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놀다가 다치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안 다치면 좋겠다. 노엘아, 너는 정말 예쁘고 소중한 내 자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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