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라, 굴러, 옳지, 잘 한다.

D+201

by 소피

노엘이의 첫 뒤집기는 172일 차에 성공했다. 이후로 뒤집기 지옥이 펼쳐질 거라고 각오했으나, 이게 웬걸, 노엘이는 뒤집기를 좀처럼 하지 않았다. 뒤집기를 하더라도 배가 땅에 닿자마자 바로 되짚어버리곤 했다.


'우리 아들은 효자라서 엄마 힘들지 말라고 안 뒤집는 거지?'

오히려 좋았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 200일이 넘어가자 걱정이 되었다. 요즘 애들은 발달이 빨라서 100일에도 뒤집는다던데, 비슷하게 낳은 친구 아들은 늘 뒤집고 또 뒤집고 참 잘 뒤집던데, 검색해 보니 7개월이면 배밀이도 한다던데 우리 아이는 뒤집기도 능숙하지 못해서 어쩌지.


시작해버렸다, 뒤집기 특훈! 몇 번 안 되지만 지금까지 뒤집을 때 늘 오른쪽으로 뒤집었었다. 그래서 왼쪽으로 뒤집도록 유도했다. 노엘이의 왼쪽에 장난감을 늘어놓고 나도 왼쪽에 누워서 내내 '노엘아, 이리 와봐. 뒤집어봐'하며 불러댔다. 노엘이의 하루는 아침 7시에 시작해서 저녁 7시에 끝난다. 평상시 놀이시간에는 다양한 활동들을 하는데 오늘은 달랐다.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종일 뒤집기를 유도하며 보냈다.


특훈의 결과, 하루만에 왼쪽 뒤집기를 여러 번 성공했다. 한번 성공하고 '오, 이게 시키니까 되네'하며 낮았던 기대감을 상향시켰다.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성공 횟수가 늘어났다. '조금만 더 능숙하게, 몇번만 더 해보자.' 나의 목표치도 늘어났다. 저녁 7시가 되고 노엘이는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도 이렇게만 하자. 시키니까 잘 되잖아.'


'그런데 내가 뭘 하려던 거였지?'

노엘이가 발달이 느린가 싶어 조금 도와주고 싶었다. 평균까지는 아니더라도 또래 친구들을 따라잡기 너무 어렵지 않을 수준으로만 도와주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느긋하게 키우는 내 방식 때문에 아이가 피해를 보게 될까 문득 두려움이 들어 그랬다. 그게 다였는데, 언제부터 목표치가 생긴건지, 언제부터 다른 아이들이 어떤가를 오버랩하며 생각한 건지 모르겠다. 욕심이 생기니 조금 해볼까 싶었던 특훈을 멈출 수가 없었다. 순수한 걱정이 변질되어 불이 붙어버렸다. 경쟁, 비교, 결과 이런 것들이 내 안에 독이 되어 퍼지려 했다.


두어 시간 연습시키고 나면 함께 책도 보고, 마사지도 해주고, 끌어 안고 거울보는 시간도 가져야 했는데 모든 교감 활동을 생략하고 뒤집기 연습만 시킨 날이 되어 버렸다. 종일 굴리고도 모자라서 내일도 종일 굴릴 생각을 하며 잠을 재웠다. 하루 끝에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반성하고 경계하도록 해야겠다.


관심 없는 아들을 쓸데없이 굴리지 말자.

충분히 잘 크고 있다.

느긋해져라, 노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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