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10
노엘이는 신생아 시절부터 헤어드라이기 소리에 차분해졌었다. 청소기 소리는 안 좋아하는 것 같았다. 곤히 자는 중에 드라이기를 켜면 안 깨고 잘 자는 반면, 청소기를 돌리면 깨어서 울어대곤 했다. 언젠가 노엘이가 졸려하는 중에 머리를 말려야 해서 드라이기를 쓴 적이 있다. 그때 노엘이가 드라이기 소리에 최면이라도 걸린 듯 느슨해지더니 그대로 잠들었었다. 유레카! 그 뒤로 가끔 내 샤워시간과 노엘이 낮잠시간이 이어지도록 맞춰서 머리를 말리며 재우곤 했다.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 딱 들어맞는 방법이다. 안아서 인간바운서가 되어주지 않아도, 옆에 누워 하염없이 토닥이지 않아도 되니 최애 방법이 되었다. 낮잠을 연장하기에도 편하고 좋은 방법이다. 다만, 샤워 시간을 맞추기 힘들고, 드라이기를 공으로 돌리고 싶지 않아서 자주 쓰는 방법은 아니었다.
요즘 애용하는 재우기 방법은 공갈 젖꼭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노엘이는 한때 공갈 젖꼭지를 물리면 바로 '퉤' 뱉어내는 아기였다. 포기하고 살던 어느 날, 6개월이 되어갈 무렵, 오랜만에 물려보니 쪽쪽 잘 무는 것이었다. 얼마나 기쁘던지! 그날 낮잠을 무려 2시간이나 잤다. 원래는 30분만 자는 아이였다. 공갈 젖꼭지 덕분에 '이렇게 쉬워도 되나'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다음날부터 다시 30분씩 자더라. 역시 쉬울 리가 없지. 그나마 기를 쓰고 연장하다 보니 이제는 70분씩 자는 편이다. 지금도 30분째에는 항상 깽 하고 울음소리를 내는데 그때마다 심장이 떨린다.
가장 많이 사용했던 재우기 방법은 안아 재우기였다. 신생아 시절부터 3개월 차까지는 항상 안아재웠다. 수유쿠션이나 베개 위에서 잠든 아이를 그대로 깰 때까지 안고 있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노엘이가 하품을 하면 품에 안고 살랑살랑 흔들었다. 노엘이는 내가 앉은 자세로 흔들면 좀처럼 잠들지 않았다. 기어이 일어나서 서성서성 걸어 다녀야 겨우 잠들곤 했다. 그때 섣불리 앉는 자세로 바꾸면 금방 또 깨어나 울었다. 다시 생각해도 100일 전까지는 정말 힘들었다. 특히 낮잠을 재우기가 힘들었다.
나는 종종 외출을 한다. 노엘이를 카시트에 태워 마켓에 다녀오거나, 유모차에 싣고 동네를 돌고 들어온다. 월령이 어릴 때 노엘이는 밖에 나가기만 하면 잠들었었다. 카시트에서, 유모차에서 5분 이내 무조건 잠들었었다. 크면서 점점 눈 떠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제는 낮잠시간과 어지간히 겹쳐야 잠들고, 대체로 눈을 뜨고 있다. 2개월~4개월에는 아기 울음소리 좀 안 듣고 싶어서, 혹은 집에 종일 혼자 있기(노엘이도 있지만 혼자 있는 것 같다) 힘들어서 거의 매일 유모차를 끌고 나갔었다. 낮잠을 재우기 위해서 나간 것은 아니었지만 외출은 항상 노엘이를 곤히 재워주었었다.
마지막으로 쓰는 방식은 바로 젖물잠이다. 나도 옆에 누워서 아이에게 젖을 물린 채로 같이 잔다. 효과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도 평소보다 힘든 날에만 쓰고 있다. 자주 쓰다가 습관이 되면 젖을 물리지 않으면 잠들지 않게 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노엘이는 4개월 차부터 규칙적인 일상이 잡혔는데 중간에 한 번씩 모든 게 어그러지는 주간이 찾아온다. 원더윅스라느니, 수면퇴행이라느니,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로 설명하지만 이유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당장 그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이다. 해도 해도 잠투정이 안 달래질 때, 내 수면이 너무 부족할 때 꺼내는 마지막 수단!
"그래 쭈쭈 줄게, 이제 좀 자자."
아이와 함께 지내다 보면 하루가 참 긴데 내 시간이 너무 없다. 노엘이 낮잠은 엄마에겐 소중한 쉬는 시간이고, 노엘이 밤잠은 더 소중한 육퇴이다. 그래서 매일 고심한다. 노엘이가 언제 재워야 가장 빠르게 잠들고, 어떻게 재워야 깊게 오래 잘 수 있을지. 이런 것도 인공지능이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한다. 오늘도 무사히 잘 재웠다. 나도 노엘이도 오늘 밤 깊게, 길게 잘 자고 기분 좋게 내일을 시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