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걸로 끝인가요

D+216

by 소피

작은 생명이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었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고사리 같은 아이 손이 보인다. 조그마한 손가락이 내 손을 꼬옥 붙들고 있다. 시선을 옮기면 동그란 볼이 보인다. 조그맣게 오물거리는 입술도, 살포시 감아 편안해 보이는 두 눈도 있다. 나를 향해 옆으로 돌아누운 자세가 귀엽다. 엉덩이를 팡팡 두드려주고 싶지만 잠을 깨울 수 없으니 참아본다. 아이의 잠든 모습을 조금 더 감상하고 싶어 시간을 끌다가 함께 잠들어 버린 날도 있었다. 매일을 종일 붙어서 보내는데 질리지도 않는다. 잠든 모습은 몇 배나 더 예쁘다.


노엘이는 대체로 규칙적인 일과를 보낸다. 매일 아침 7시쯤 일어난다(새벽 5시에 깨어나지만 수유 후 다시 재운다.) 수유, 놀이, 기저귀갈이, 이유식, 낮잠 등을 반복한다. 엄마 체력이 조금씩 소모된다. 시계를 보면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가 된다. 3시 30분에서 4시에 낮잠을 한번 더 재우면서 생각한다.

'육퇴는 아직 멀었나.'


이후 노엘이가 두 번째 낮잠에서 깨어나면 마지막 에너지를 모아 아이를 놀려준다. 토퍼 위, 맨바닥, 아기의자, 기저귀갈이대, 쏘서 등 위치도 바꿔가며, 다양한 장난감과 그림책, 그리고 관심을 보이는 생활용품들까지 동원해서 활동해준다. 에너지가 좋을수록 말도 많이 해준다. 그러다가 6시가 넘어가면 급격히 엄마 체력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다. 보통 이때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자기, 오늘은 몇 시에 퇴근해요?"


남편이 칼퇴한다고 얘기해 주면 약간의 에너지가 충전된다. 남편이 집에 올 때까지 버틸만한 양이다. 하지만 남편이 일이 많다거나 회식자리가 있다거나 하는 경우, 의욕이 더 저하된다. 그때부턴 노엘이 옆에 누워서 쿠션을 대서 핸드폰을 숨기고 폰을 보고 있다. 아이와 정성껏 놀아줄 힘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나는 여러 가지 고민을 시작한다.


오늘 노엘이 목욕시킬까, 말까. 목욕시켜야 잘 자겠지? 30분 뒤에 물을 받기 시작할까. 내 저녁밥은 뭘 먹지? 시켜 먹을까, 집에 먹을 게 있던가. 노엘이 재우고 먹을까, 먹고 나서 노엘이 재울까? 노엘이 오늘은 몇 시에 자려나? 노엘이 오늘은 어떻게 재우지?


매일 비슷한 방법으로 재우면서도 남편이 늦는 날은 매번 재우는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남편이 없으면 아이를 재울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아이도 더 늦게 잠들곤 한다. 남편이 있고 없고가 내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보니 노엘이까지 아빠가 있는 날, 없는 날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어제도 오늘도 남편이 늦는 날이다.


이상적으로는 8시 30분에 재우는 일정이지만, 꼬이기 시작하면 10시에 겨우 재우기에 성공하기도 한다. 더욱 힘든 경우는 겨우 잠든 아이가 시간마다 깨어나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다. 어제가 그러했고, 그래서 오늘도 또한 두렵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늘 노엘이는 10시에 잠들었다.

쌔액 쌔액.

깊어진 숨소리와 따끈한 손가락, 동그란 곡선을 그리는 볼살. 잠든 노엘이를 보고 있자니 방금 전까지의 나를 잊게된다. 그냥 노엘이 옆에 누운 채로 쭉 아이를 바라보고 있고 싶다.


그때 이성이 감성을 붙들어 맨다. '지금 안 나가면 못 나가게 될 수 있어.' 노엘이는 얕은 잠이 깼을 때 내가 보이면 꼭 깨서 운다. 혼자일 때는 그냥 다시 눈 감고 자던데. 함께 자면 서로 간에 잠을 방해하게 된다. 소중한 내 잠을 위해 슬며시 빠져나왔다. 남편이 어서 들어오길, 그리고 노엘이가 통잠 자길 바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너를 재우는 다양한 방법